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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승패 가름하기와 가늠하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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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한화 이글스가 11년 만에 가을야구에 진출해 팀을 응원하는 팬들의 관심이 뜨겁다. 팬들은 결정적 한 방으로 승부를 판가름할 선수가 누가 될지 이야기꽃을 피우며 가을 잔치를 즐기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최진행 선수가 마지막 한 방을 때려 승패를 가름할 것이다” “김태균 선수가 멋지게 홈런을 터트릴 것으로 가늠해 본다” 등 경기에 대한 다양한 기대가 올라와 있다.

이런 글을 보다 보면 헷갈리는 표현이 등장하는데 바로 ‘가름하다’와 ‘가늠하다’이다. ‘가름’과 ‘가늠’은 둘 중 하나를 틀린 표현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둘 다 바른말로 각기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모양과 발음이 비슷해 혼동해 쓰이기도 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가름하다’는 쪼개거나 나누어 따로따로 되게 하거나 승부나 등수 등을 정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번 경기는 선수들의 투지가 승패를 가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등처럼 쓸 수 있다.

‘가늠하다’는 목표나 기준에 맞고 안 맞음을 헤아려 보거나 사물을 어림잡아 헤아린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는 한 눈을 감고 다른 한 눈으로 목표물을 가늠해 보았다” “그 사람은 나이를 가늠하기 어렵다” 등과 같이 사용된다.

정리하면 ‘가름’은 ‘가르다’에서 온 말로 쪼개거나 나누어 구분 짓는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가늠’은 ‘헤아려 보다’와 같은 뜻이므로 바꾸어 보아 의미가 통하면 ‘가늠하다’를 쓰면 된다.

‘가름’과 ‘가늠’의 차이를 알게 됐다면 “승패를 가름하다/가늠하다”는 표현의 차이도 알 수 있다. “승패를 가름하다”는 “승패의 결과를 가르다”, “승패를 가늠하다”는 “승패를 헤아려 추측하다”는 뜻이 된다.

이 둘과 비슷해 헷갈리는 것으로는 ‘갈음하다’가 있다. 다른 것으로 대신해 바꾸다는 뜻이다. “이것으로 인사에 갈음합니다” “그 일은 도저히 다른 사람으로 갈음할 수가 없어요” 등처럼 쓰인다.

김현정 기자 nomadicwri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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