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에 의해’도 줄여 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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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다시 미세먼지가 몰려오고 있다. 중국 정부가 대기 질 정책을 완화하면서 올겨울엔 미세먼지가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건강과 직결되다 보니 미세먼지 예보에 귀를 기울이지만 와닿지 않을 때도 많다. “북서풍에 의해 밀려오는 초미세먼지에 의해 수도권 지역은 미세먼지 수치가 더욱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와 같은 경우다. ‘~에 의해’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면서 문장이 늘어졌다. “북서풍에 의해 밀려오는 초미세먼지가 더해져~” “북서풍에 의해 밀려오는 초미세먼지 때문에~” 등과 같이 뒤에 나오는 ‘~에 의해’를 다른 말로 바꿔야 자연스럽다.

“중서부 지역은 대기 정체에 의해 국내 오염물질이 쌓이면서 미세먼지 농도가 다소 높겠다”도 ‘~에 의해’의 쓰임이 적절하지 않다. “대기 정체에 의해”를 “대기 정체로”로 고치는 게 바람직하다.

‘~에 의해’가 군더더기일 때도 많다. “두피의 모공이 미세먼지에 의해 막히면서 탈모를 유발하기도 한다” “낮 동안 쏟아진 비에 의해 미세먼지가 일부 씻겨 내려갔다” “환경부에 의해 적발된 건수만 해도 지난 3년간 500건에 이른다”의 경우 ‘의해’를 빼도 문제가 없다.

‘~에 의해’를 굳이 쓰지 않아도 되는 곳이나 다른 말이 어울리는 자리에 마구 집어넣는 경향이 있다. 이를 일본어 ‘~に依って(니욧테)’나 영어 ‘~by(바이)’의 번역어투에 익숙해진 탓으로 보기도 한다. 일부에선 한문의 영향이라고 하는 등 견해차는 있지만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에 의해’ 대신 ‘~로’ ‘~에 따라’ ‘~때문에’ ‘~에(게)’ 등 어울리는 말을 찾아 바꾸는 게 좋다.

더 큰 문제는 ‘~에 의해’를 사용한 피동문을 양산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여당 의원에 의해 미세먼지 특별법이 발의됐지?”라고 표현하는 식이다. 피동 표현을 꼭 써야 할 때도 있지만 “지난해 여당 의원이 미세먼지 특별법을 발의했지?”라고 하는 게 우리말답다.

이은희 기자 lee.eunhee@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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