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페북 이번엔 판사 비난, 당사자 "민정수석 부적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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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왼쪽)과 강민구 서울고법 부장판사 [연합뉴스ㆍ중앙포토]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왼쪽)과 강민구 서울고법 부장판사 [연합뉴스ㆍ중앙포토]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의 밤샘수사 관행을 비판했던 강민구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비난하는 내용의 기사를 올렸다. 강 부장판사는 “청와대가 사법부의 특정 판사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취지의 입장을 우회적으로 밝혀왔다. 이 때문에 조국 수석이 강민구 부장판사를 소셜미디어로 저격한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연합뉴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연합뉴스]

페이스북에 특정 판사 비난 기사 링크한 조국 수석

19일 오전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페이스북에 올린 기사.

19일 오전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페이스북에 올린 기사.

조 수석은 19일 오전 8시쯤 자신의 페이스북에 ‘삼성 장충기에 아부 문자 보냈던 현직 고위판사가 사법농단 수사 검찰을 공개 저격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링크했다. 기사에는 “강 부장판사가 과거 부산지법원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장충기 삼성전자 사장에게 아부성 문자와 인사청탁을 암시하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기사에 나온 '검찰 공개 저격'은 강 부장판사가 16일 법원 내부 게시판에 올린 글을 가리킨 것이다. 강 부장판사는 게시판에 “잠을 재우지 않고 밤새워 묻고 또 묻고 하는 것은 근대 이전의 ‘네가 네 죄를 알렸다’고 고문하는 것과 진배없다”며 “당사자나 변호인의 동의가 있다 해도 위법이라고 외칠 때가 지났다”고 주장했다.

해당 글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고 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검찰에서 밤샘조사를 받고 나온 시점과 맞물려 올라왔다. 이 때문에 사실상 검찰의 사법부 수사를 비판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대해 조 수석이 다시 페이스북을 통해 강 부장판사를 역공격했다는 것이다.

강민구 판사 ”해는 보지 않고 손가락만 본다“

이에 대해 강 부장판사는 중앙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검찰의 밤샘수사 관행을 지적했는데 사람들이 해는 보지 않고 손가락(글을 올린 타이밍)만 보니 답답하다”는 심경을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조 수석의 행동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겠다”고 했다.

다만 강 부장판사는 기자에게 "후배 판사 출신 법조인이 쓴 글을 읽어보라"며 자신의 생각을 간접적으로 전했다.

강 부장판사가 기자에게 문자메시지로 보내온 글은 “(조 수석이) 형사소송법 전공 학자 출신이라면 밤샘수사 쟁점에 대한 자신의 논문을 링크하면서 의견을 개진함이 온당하다"며 "여러 언론사의 관련 기사 중 가장 선정적 제목의 기사를 굳이 골라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시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는 청와대(민정수석)가 사법부의 특정 판사를 공개적으로 비난함과 동시에 검찰의 밤샘수사를 종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바, 이는 매우 부적절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강 부장판사는 또 장충기 사장에게 보낸 문자와 관련해서도 ”청탁한 적 없다.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강민구 부장판사가 기자에게 보낸 글 전문

@후배 판사(현 변호사) 글
"‘형사소송법 전공 학자 출신이라면 밤샘수사 쟁점에 대한 자신의 논문을 링크하면서 의견을 개진함이 온당한에도 불구하고, 여러 언론사의 관련 기사 중 가장 선정적 제목의 기사를 굳이 골라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시하는 일은 청와대(민정 수석)가 사법부의 특정 판사를 공개적으로 비난함과 동시에 검찰의 밤샘수사를 종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바, 이는 매우 부적절하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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