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친절하다”며 PC방 알바생 흉기살해 … 동생도 공범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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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단순히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PC방 아르바이트생을 흉기로 살해한 사건을 놓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가해자의 동생이 살인을 방조했거나 공범으로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18일 밝혔다.

경찰이 공개한 현장 CCTV엔 #형이 칼 빼들자 동생이 밀쳐내 #“살인 방조·공범으로 보기 어렵다”

경찰이 이날 공개한 폐쇄회로TV(CC TV)에는 지난 14일 오전 8시8분 가해자인 형이 피해자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는 장면이 나타났다. 이때 동생은 피해자의 뒤쪽에서 피해자를 양팔로 붙들고 있었다. 동생은 경찰 조사에서 “나와 가까운 쪽에 있는 사람이 피해자였기 때문에 우선 형으로부터 피해자를 떼놓기 위해 한 행동”이라고 진술했다.

주먹으로 피해자를 때리던 형은 몇 초 후 바지 주머니에 있던 등산용 칼을 꺼낸다. 형이 칼을 꺼내자 동생은 형의 가슴팍을 밀쳐내며 피해자와 형을 떼 놓는다. PC방에서 나오던 중 살인 현장을 목격한 세 명 역시 경찰 조사에서 “한 남자가 칼을 쥐고 있었고, 다른 남자가 그의 손목을 잡아 말리고 있었다. 칼을 든 남자가 손목이 잡히자, 나머지 한 손으로 피해자를 때렸다. 제지하려고 했으나 힘이 달리는 듯 보였다”고 진술했다. 동생이 PC방 안으로 들어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한 장면도 CCTV에 포착됐다.

경찰에 따르면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들은 당시 상황을 단순 시비로 인식했다. 동생의 112 신고는 “테이블 정리 문제로 직원과 시비가 붙었다”였고 피해자의 신고는 “손님이 욕설을 하고 행패를 부리니 어떻게 해달라”는 내용으로만 접수됐기 때문이다. 경찰은 현장에 출동한 이후에도 살인의 징조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한다. 당시 상황이 “폭행이 오간 것도 아니었고, 피의자가 흉기를 들고 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위협을 느낀 피해자는 점주에게 “손님이 환불을 안 해주면 죽여버리겠다며 다시 찾아오겠다고 한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이 철수한 이후 피해자가 문자를 보낸 것으로, 경찰은 구체적 협박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동생이 형의 범행을 도왔다는 의혹을 유발했던 CCTV 장면 중 하나는 피해자가 쓰레기봉투를 들고 나온 후 밖에 있던 동생이 형 쪽으로 급히 달려가는 것처럼 보도된 부분이다. 해당 장면은 동생이 망을 보면서 피해자의 위치 파악해 형에게 알려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낳았다. 그러나 CCTV에는 동생이 오전 8시12분(실제 시간 오전 8시3분)에 지하 1층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1층으로 올라가는 장면이 나온다. 피해자가 쓰레기를 들고 에스컬레이터에 타는 시각은 CCTV상 오전 8시15분(실제 시각 8시6분)이다. 3분 동안은 에스컬레이터를 비추는 CCTV에 아무런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았다. ‘피해자가 나가는 것을 보고 동생이 형에게 달려간다’는 보도는 전후가 뒤바뀌었다는 것이 경찰의 지적이다.

가해자인 형은 오전 8시15분에 체포됐다. 구급차는 10분 후에 도착했다. 동생은 그 동안 두 차례 경찰들의 조사에 응했다. 동생이 현장을 떠난 것은 형이 체포된 시점부터 13분 이후인 오전 8시28분이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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