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기필코 분단 극복” 교황청 “한반도에 평화 기원”

문재인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한반도에서의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은 지구상 마지막 냉전체제를 해체하는 일이 될 것이다. 우리는 기필코 평화를 이루고 분단을 극복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바티칸 성 베드로 성당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특별미사’ 기념연설에서다. 문 대통령은 “인류는 그동안 전쟁이라는 부끄러운 역사를 써왔다”며 “시편의 말씀처럼 이제 한반도에서 ‘자애와 진실이 서로 만나고 정의와 평화가 입을 맞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 베드로성당 특별미사서 #비핵화 논의에 바티칸 역할 요청 #오늘 프란치스코 교황 만나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후 (현지시간)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이 집전한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특별미사'에 참석한 후 한반도 평화정착 노력을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한국 가톨릭교회는 식민지와 분단, 전쟁과 독재의 어둠 속에서 인간의 존엄과 정의, 평화와 사랑의 길을 비추는 등대가 되어줬다”며 북한의 비핵화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교황청이 역할을 해줄 것을 우회적으로 요청했다. 그는 “저 자신도 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와 천주교 인권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고, 그 사실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문 대통령은 18일 정오(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을 예방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교황의 방북을 요청한다. 교황 방북은 지난달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교황이 북한을 방문하면 좋겠다”고 요청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방북을 크게 환영하겠다”고 답하면서 추진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직후부터 교황청에 특사를 파견하며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교황청의 역할을 요청해왔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7일 오후 (현지시간)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이 집전한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특별미사'에서 기도를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프란치스코 교황도 지난 6월 장상 세계교회협의회 공동회장 일행을 만나 “한반도 평화를 위해 날마다 기도하고 있다”며 특별한 관심을 표명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과 교황의 만남은 ‘개인 알현(private audience)’으로, 배석자는 물론 기록원이나 녹음기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청와대 관계자는 “외교적 관례를 감안하면 방북 요청에 대해 교황이 즉각적 확답을 내기를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적극 검토’ 등의 메시지를 낼 가능성이 있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실제 교황청은 교황 면담 전부터 문 대통령을 파격적으로 접대했다. 이날 미사는 교황청의 총리격인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이 집전했다. 국무원장의 집전은 물론 특정 국가를 위한 특별 미사 자체가 이례적이다. 미사 이후 방문국 정상의 연설을 허용한 것 역시 파격이다. 교황청은 이에 대해 “역사가 길어 과거 사례를 모두 확인하긴 어렵지만, 문 대통령의 연설은 ‘유일하고 예외적(unique and exceptional)’”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참석한 가운데 17일 오후 (현지시간)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이 집전한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특별미사'가 진행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파롤린 국무원장은 강론에서 “하느님께 온 세상을 위한 평화의 선물을 간청하고자 한다”며 “특별히 오랫동안 긴장과 분열을 겪은 한반도에도 평화라는 단어가 충만히 울려 퍼지도록 기도로 간구하자”고 말했다. 한편 이에앞서 문 대통령은 이날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과 오찬 회동을 한데 이어 주세페 콘테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남북 정상회담 등 한반도 정세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지지를 당부했다.

로마=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