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벽돌 … 공간세라믹 조백일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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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공간세라믹 조백일(53.사진) 사장의 집에 가는 길은 멀다. 서울 대치동 사무실에서 경기도 분당의 집까지는 웬만한 거리지만 차에서 내려 동네를 한 바퀴 돌아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집앞 '걷고 싶은 거리'에 깐 자기 회사 벽돌 제품을 유심히 살핀다. 긁어도 보고, 두드려도 본다. 그는 "사람 발길을 견뎌내는 벽돌들이 내 자식 같다"고 말했다. 조 사장이 챙기는 '자식'은 집 앞에만 있는 게 아니다. 매주 월요일은 전국 각지에 쌓인 벽돌들의 상태를 점검하는 날이다. 현장 점검에는 연구원과 생산 및 영업 담당자가 동행한다. 벽돌을 세상에 내놓는 과정은'산통(産痛)'에 가깝다. 고령토는 1200℃의 가마 속에서 24시간을 시달려 벽돌이 된 뒤에도 10여 가지 품질 테스트와 일일 직원 품평회를 거쳐야 세상에 나온다.

그의 품질관리는 일본에도 정평이 났다. 2000년 한 일본 건축업자는 어느 건물 벽돌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어 수백 장을 주문한 뒤 단골이 되기도 했다. 이 회사의 벽돌은 곧 산업자원부가 인증하는 '우수제품'으로 선정됐고, 한국디자인진흥원의 GD(Good Design) 마크도 받았다. 특허 등 지적재산권도 20가지가 넘는다. 요즘 건설경기 침체에도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액 140억원에 영업이익 12억원을 기록했다.

조 사장은 1983년부터 벽돌 유통업을 하다 97년 경북 상주의 한 공장을 인수해 스스로 만들기 시작했다. " 품질을 강조하면 벽돌인데 조금 비뚤어지면 어떠냐고 이야기하는 직원들이 많았다"고 회고했다. 한 장당 5㎜에 이르던 길이 편차를 3㎜ 이하로 줄이려고 하자 불량률이 평상시의 두 배 이상으로 높아지기도 했다. 1년이 이상 공장에서 숙식을 하다시피 하면서 품질을 끌어올렸다.

97년 외환위기는 오히려 기회였다. 국내 벽돌 제조업은 고사직전이었지만 이 회사는 환율급등으로 가격이 크게 오른 수입 벽돌을 대체하며 성장했다. 장당 200~300 원에 불과한 적점토 벽돌 대신 장당 1000원이 넘는 고급 고령토 벽돌로 승부한 댓가다.

조 사장은 지난해 6월 테라코타 작가 한애규씨와 손잡고 환경조형물 사업에 뛰어들었다. "차가운 느낌의 철제나 석제 대신 아이들이 자유롭게 기어오를 수 있는 따뜻한 흙 조형물로 '공간'을 채우고 싶다"는 바람에서다. 사소한 불량이 있는 벽돌은 공장이 있는 상주와 경기도 안성 일대 주민에게 나눠준다. 조만간 빈곤층을 위한 집짓기 운동(해비타트)에 벽돌을 공급할 생각이다. 그는 이달 중순 모범 중소기업인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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