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유류세 한시 인하” … 10% 내리면 휘발유 82원 떨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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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부총리와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가 13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 웨스틴호텔에서 기술협력기금 연장 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사진 기재부]

김동연 부총리와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가 13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 웨스틴호텔에서 기술협력기금 연장 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사진 기재부]

정부가 휘발유·경유 등에 붙는 유류세를 한시적으로 낮추기로 했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가계와 기업의 부담이 가중되며 경기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중소기업·소상공인 도움 되게” #이달 하순 일자리 대책 포함될 듯 #김 부총리 “성장률 조정 검토 중” #내년 전망 2.8%서 더 낮출 가능성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인도네시아 발리를 방문 중인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3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최근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넘으며 휘발유 값 인상요인이 되고 있다”며 “경제 활력, 일자리 확충을 위한 투자 활성화 목적으로 유류세를 한시적으로 인하키로 했다”고 말했다.

유류세는 경기조절, 가격안정, 수급조정 등에 필요한 경우 기본세율의 30% 내에서 시행령으로 탄력세율 조정이 가능하다. 기재부에 따르면 유류세 10% 인하 시 소비자가격이 L당 휘발유 82원, 경유 57원, LPG 부탄 21원 내려가는 효과가 나타난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 카드를 꺼낸 건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소비자가 내야 할 기름값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 서비스인 오피넷에 따르면 10월 둘째 주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된 보통 휘발유 가격은 1주 전보다 L당 15.4원 오른 1674.9원이었다. 이 가격은 2014년 12월 둘째 주 이후 3년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김 부총리는 “유류세 인하가 영세 소상공인, 중소기업, 서민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가처분소득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유류세 인하 조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정부는 2000년에 2개월간, 국제유가가 배럴당 140달러까지 급등했던 2008년에는 10개월간(3~12월) 유류세를 인하했다. 현실화할 경우 10년 만에 유류세가 내려가는 셈이다.

유류세 한시 인하는 정부가 이달 하순께 발표 예정인 경제 활력 및 일자리 확충을 위한 투자 활성화 종합대책에 포함될 전망이다. 소비자들은 정부 발표 다음 날부터 유류세 인하가 반영된 가격으로 휘발유 등을 살 수 있다.

김 부총리는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 등 거시 지표를 하향 조정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지금 대내외 여건이 지난번 (정부의) 전망보다 악화한 것은 사실”이라며 “올해 경제정책 방향에 내년도 성장률 등 거시 지표가 포함돼 있는데 오는 12월에 내년 경제 전망치(2019년)를 공개할 때 그 수치를 어떻게 조정할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올 7월 발표한 ‘하반기 이후 경제여건 및 정책 방향’에서 한국 경제성장률을 올해 2.9%, 내년 2.8%로 예상했다.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이 최근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대에서 2%대 수준으로 잇따라 낮춘 것에 대해 김 부총리는 “무역 마찰이나 여러 국제 경제 환경에 따라서 전체(세계) 성장률 자체를 낮췄다”며 “한국에만 해당하는 상황은 아니다”고 답했다.

세종=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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