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약품들, '흉내도깨비'와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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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보톡스.비아그라.노바스크.잔탁.트라스트…. 브랜드 자체가 보통명사가 돼 버릴 정도로 대히트한 유명 약품 들이다. 그러나 1등 선발 제품으로서 치르는 유명세가 만만찮다. 유사제품이 범람하고 도리어 몸에 해로운 가짜까지 판치면서 오명을 뒤집어 쓰는 일이 허다한 때문이다. 해당 회사들이 자기 브랜드를 지키려고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는 연유다.

◆'인증카드' 발급=주름 개선 치료제로 널리 알려진 '보톡스'는 미국 엘러간사가 개발한 보툴리눔톡신의 브랜드명이다. '마법의 독'으로 불리며 주름과 사각턱 교정 등에 큰 인기를 끌자 보톡스를 아예 보통명사인 줄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문제는 이런 인기에 편승해 보톡스 이름을 도용하는 일이 늘어난 것이다. 이에 대응해 한국엘러간은 지난해 9월부터 엘러간의 정품 보톡스를 시술받은 환자에게 '정품 보톡스 인증카드'를 발급하기 시작했다. 카드에는 환자 이름과 시술 부위, 날짜, 병원명, 보톡스 일련번호 등이 적힌다. 이 회사 강태영 사장은 "시술을 받은 뒤 인증카드로 정품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을 자꾸 거치다보면 유사품 난립으로 혼탁해진 보톡스의 이미지를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홀로그램 부착=남성 발기부전 치료제의 상징인 화이자의 '비아그라'는 1999년 출시 이후 누에그라.일라그라 같은 비슷한 이름의 제품들이 쏟아져 나와 곤혹스러워했다. 여기에 중국산 가짜가 쏟아져 제품에 홀로그램을 부착하는 등 위조품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또 두 정씩 낱개로 포장된 제품이 네 개 들어있는 박스 단위로만 판매한다.

지난해 국내 최대 매출(1068억원) 의약품인 화이자의 고혈압 치료제 '노바스크'도 홀로그램으로 위조품에 맞서고 있다. 백색의 무광택 팔각형 알약 모양은 정품과 구분하기 쉽지 않지만 위조품은 상온의 물에 넣었을 때 잘 녹지 않는다는 점이 정품과 다르다는 설명이다. 한국화이자는 지난해 11월부터 출시된 노바스크 포장에 홀로그램을 넣은 신형 로고를 부착했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간판 위궤양 치료제인'잔탁'도 위조품의 공격을 피할 수 없었다. 이 회사는 지난해 3월부터 금박 알루미늄 호일로 싼 기존 포장 대신 은박의 '블리스터(눌러서 빼내는 방식)'포장으로 바꿨다.

◆소송도 불사=붙이는 관절염 치료제의 대명사인 SK케미칼 '트라스트'는 유사한 포장 디자인의 관절염 치료제를 출시한 국내 제약회사를 상대로 '상표권 등 침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올 초 냈다. 법원은 노란색이 의약품 포장용기에 흔히 사용되고 상품명의 위치가 혼동을 줄 정도는 아니라는 이유를 들어 기각한 바 있다. 그러나 SK케미칼은 특허 침해 등 소송을 밀고 나가고 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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