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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음주운전 가해자 “기억 안 나…저도 많이 힘들다”

중앙일보

입력

[사진 SBS '궁금한 이야기 Y']

[사진 SBS '궁금한 이야기 Y']

지난달 25일 새벽 부산 해운대에서 만취한 채 차량을 몬 가해 운전자 박모(26)씨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12일 방송된 SBS ‘궁금한 이야기 Y’에서는 다리 골절로 병원에 입원 중인 박씨의 모습이 공개됐다.

박씨는 ‘방송국에서 왔다’는 말에 “어떻게 알고 왔느냐”며 “그냥 가주시면 안 될까요 지금은?”이라고 인터뷰를 거절했다. 그러면서 “기억이 하나도 안 난다”며 “저도 어쨌든 많이 힘들다. 죄책감에 매우 힘들다”고 말했다.

‘음주했는데도 왜 운전을 했느냐’는 질문에 “저도 기억이 안 난다”고 답한 박씨는 ‘음주량이 많았냐’고 묻는 말에도 “잘 모르겠다. 제가 그날 얼마나 먹었는지도 기억이 안 난다”고만 되풀이했다.

윤창호(22)씨의 아버지는 지난 10일 JTBC와의 인터뷰에서 “가해자 측이 병원에 잠시 왔다 갔다는 얘기만 전해 들었다”며 “법적인 문제가 생겼을 때 ‘찾아갔으나 못 만났을 뿐이다’라는 자기방어 논리로 찾아온 것이지 진정성 있는 사과의 모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박씨는 면허취소 수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181% 상태에서 BMW 승용차를 몰고 가다가 횡단보도에 서 있던 윤씨와 배모(22)씨를 덮쳤다. 경찰이 사고 당시 박씨의 호흡으로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했을 때는 0.134%로 추정됐으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혈액 분석을 의뢰한 결과 0.181%로 최종 확인됐다.

윤씨는 이 사고로 아직까지 의식을 잃고 사경을 헤매고 있다. 윤씨 친구들은 ‘도로 위 살인행위’ 음주 운전자를 강력하게 처벌하는 법률을 만들어 달라고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렸고, 사흘 만에 20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친구들은 사고 이후 병원에 모여 음주 운전은 실수가 아닌 살인행위이기 때문에 가중처벌하는 법(일명 윤창호법)을 제정해달라고 국회의원들에게 메일을 보내는 등 법 개정과 법원의 양형 기준 상향을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지난 10일 “음주운전 사고는 실수가 아니라 살인행위가 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삶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행위가 되기도 한다”며 처벌을 강화하는 등 대책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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