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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 접근 소의 두 얼굴|안희창<정치부 기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한-소 관계 정상화 교섭을 위해 내한한「골라노프」소연방상의 부회장의기자회견·대한교섭자세를 보면서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국민 속에 확산되어 가고 있는 막연한 대소호의를 재고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우선「골라노프」를 통해 표출된 무역사무소냐, 통상대표부냐 하는 문제에 대한 소련의 의도를 살펴보자.
소련은 우리의 무역진흥공사(KOTRA)가 모스크바에 사무소를 차리는 대신 자기들도 서울에 상의지점을 차려 영사업무를 수행케 하자고 제의했다.
이에 대해 우리는 국내법상 KOTRA가 영사업무를 수행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국제법상 민간단체가 국가기관의 업무를 대행할 수 없게 돼 있으니 적어도 정부간 통상대표부(Trade representative)는 설치해야 합법적인 영사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이 문제는 양국이 진지하게 협상해야 할 대상이다.
그럼에도 그 동안의 교섭과정을 보면 대한 접근에서 소련의「진실 된 의도」가 무엇이냐는 점에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소련은 시베리아개발을 비롯, 직 교역·직 항로, 특파원상주·연수 등 정상적 국가 관계에서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적극적으로 응해 왔다. 이중 일부는 소련이 먼저 제기한 것도 있다.
심지어 영사관계에서는 문학·학술교류와 보고·관찰기능 이외에는 모든 기능을 부여하자고까지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무역사무소 이상의 관계설정은 안되며「골라노프」가 우리 정부입장과는 관계없이『무역사무소에서 비자를 발급하고 이를 위해 정부차원의 별도기구는 필요 없다』고 공언하는 것은 납득이 안가는 일이다.
오비이락 격으로 서해에 소련정찰기까지 대거 나타났다. 또 서방정보기관엔 KGB가 포섭대상 친 소파 인사 3백 명의 명단을 작성해 이미 상당수의 KGB요원들을 파한, 조직활동을 개시하고 있다는 정보도 입수되고 있다.
소련이 원하고 있는 것이 우리와의 국가간 관계설정인지, 아니면 약소국에 대한 말랑말랑한 취 리인지 다시 한번 경각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또 소련이 한국의 정상적인 외교경로보다 권력자중심의 접근을 선호하고 있음을 보고 구한말의 아관파천이 연상되는 것은 지나친 우리의 과민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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