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외국인 '바이 코리아' 주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이상하다.

순매수 기조가 완전히 꺾인 것은 아니지만 추석 연휴 이후 매수 규모가 크게 줄면서 주식시장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다 경기회복에 따른 기대감으로 국고채 금리가 다시 급락(채권값 급등)하면서 채권시장으로 돈이 몰리고 있는 것도 주식시장에 부담이 되고 있다.

◇외국인 매수 주춤=지난주(15~19일) 외국인들은 4백64억원의 순매도를 보였다. 주간 단위로 외국인이 순매수에서 순매도로 돌아선 것은 5월 셋째주(19~23일) 이후 19주 만이다. 특히 지난 15일에는 무려 2천4백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일평균 순매수 금액도 줄고 있다. 지난주 외국인들의 일평균 순매수 금액은 6백78억원으로 추석 연휴 전인 이달 1~9일 일평균(1천8백72억원)의 3분의1에 불과했다.

특히 매도액이 급증하고 있어 주식 사재기에 나섰던 외국인들이 차익 실현에 나선 게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주 외국인들의 일평균 매도액은 4천6백억원으로 이달 1~9일의 일평균(2천9백억원)보다 1.5배를 더 팔았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들의 폭발적 매수에 힘입어 사상 최고가를 돌파했던 삼성전자는 지난주 외국인 순매도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하이닉스반도체.삼성SDI 등 정보기술(IT) 관련주들이 순매도 5위와 6위에 올랐다. 내수회복 기대감이 높았던 현대차동차.현대모비스.국민은행 등도 순매도 10위에 들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외국인들의 매도액이 4천억원을 넘는데다 그동안 선호했던 IT 등 경기민감주를 주로 팔고 있는 점에 비춰 외국인들이 추가 매수보다 차익실현에 좀더 비중을 두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외펀드도 이상 징후를 보이고 있다. 해외펀드의 자금 유출입을 조사하는 이머징 포트폴리오에 따르면 11~17일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펀드에서 6백만달러의 자금이 유출됐다. 5월 말 이후 처음으로 자금이 빠져나간 것이다.

한화증권 민상일 연구원은 "아시아펀드의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국내 시장에서 외국인들의 순매수가 주춤하는 상황에서 자금의 유출이 발생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권금리 하락도 변수=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 6월 카드채 위기와 증시 불안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심화되면서 사상최저치인 연 3.94%까지 떨어졌다.

이후 카드채 위기가 어느 정도 해소되고, 증시도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지난달 초 4.68%까지 상승했다. 미국에 이어 국내 경기도 2분기 말께 저점을 통과해 완만하게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채권금리 상승에 한몫했다. 경기가 좋아지면 자금수요가 늘어 금리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채권금리가 다시 떨어지기 시작해 지난 19일 4.12%를 기록했다.

한국투자증권 신동준 연구원은 "미국의 실물경제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한 데 따라 미 국채 수익률이 급락,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국내 경기회복 시기가 늦춰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면서 채권금리가 하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보증권 임송학 리서치센터장은 "채권과 주식 자금은 서로 성격이 다르기는 하지만 채권금리가 떨어지면서 채권값이 오를 경우 상대적으로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이동은 주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