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일자리쇼크 몰린 정부, '두달 알바' 늘려 고용 개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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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공공기관에 '단기 알바' 채용 압박 의혹

정부가 산하기관과 공기업 등을 통해 두달짜리 단기 임시직 채용을 늘려 현 고용지표를 개선하려고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최악의 고용 쇼크가 이어지자 정부가 공공기관에 ‘단기 일자리’ 확대를 압박하고 있다는 비난이 나온다.

10일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은 “정부가 고용지표 개선을 위해 25개 출연연구기관에 할당 방식으로 두 달짜리 단기 아르바이트를 채용하기에 이르렀다”며 “정부의 비정상적인 국정 운영을 보면 어처구니가 없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확인해본 결과, 전체적으로 고용지표가 굉장히 좋지 않아 단기 임시직이라도 수요가 있다면 정부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내부적인 논의가 있었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어느 부처할 것 없이 고민하듯 우리도 고민을 한 것”이라며 “고용지표를 단기적으로 올리거나 하는 등의 목적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담당 국장인 과기정통부 이창준 국장도 “채용을 계획하고 있으나 지침이 내려온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박 의원에 이어 문제를 제기한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의 비판에 대해서도 유 장관은 “그렇게 전달돼 오해를 초래한 데 대해 죄송하다”고 답변했다.

이 같은 논란을 자초한 것은 기획재정부가 최근 공공기관들에 발송한 ‘2017ㆍ2018년 단기 일자리 실적 및 계획’ 조사표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9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단기 일자리 채용 실적과 올해 같은 기간의 실적 및 채용 계획을 제출하게 돼 있다. 부서별 담당자, 연락처를 기재하고 채용 확대가 어려울 경우 그 사유도 작성하라고 안내했다. 지난해와 올해를 비교해 채용 실적이 나쁘면 정부가 직접 압박에 나서겠다는 오해를 살 수 있는 부분이다.

기재부는 이와 함께 별도의 업무연락방을 통해 '긴급'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공공기관에 작성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단순한 일자리 수요 조사와 업무 협조와 차원이었을 뿐 어떤 압박이나 지침을 내린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공교롭게도 공공기관의 협조가 이어지고 있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는 500명, 인천공항공사는 1000명, 한국공항공사는 200여명의 단기 임시직을 채용하겠다고 보고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공공기관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려는 단기 처방보다는 규제 완화를 통한 투자 활성화 등을 통해 민간 일자리의 창출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9일 고용위기 지역 간담회 자리에서 12일 발표되는 9월 고용지표에 대해 “그냥 드는 생각은 지난달보다 조금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불과 1주일 전 “(고용지표에 대해) 숯검정을 가슴에 안고 사는 것 같다”는 표현에서 분위기가 바뀐 것이다. 두 달 연속 신규 취업자 수가 1만명을 밑돌면서 9월 취업자 증가 폭이 마이너스로 바뀔 가능성까지 거론됐지만, 이는 피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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