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송유관공사, 배당 잔치 벌이면서 시설투자는 1.1%

중앙일보

입력

날아온 풍등에 휘발유 266만L(43억5000만원어치)를 태워버린 대한송유관공사가 소홀한 시설투자로 눈총을 받고 있다. 대한송유관공사는 현재 SK이노베이션이 최대주주(지분 41% 보유)인 SK그룹 계열사다.

7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저유소에서 휘발유 저장탱크 폭발로 추정되는 큰 불이 나 소방당국이 헬기를 동원해 진화작업을 벌이는 모습. [뉴스1]

7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저유소에서 휘발유 저장탱크 폭발로 추정되는 큰 불이 나 소방당국이 헬기를 동원해 진화작업을 벌이는 모습. [뉴스1]

한국산업조직학회에 따르면 대한송유관공사는 SK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2001년 이후 매년 약 99억원 가량의 시설투자만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7년 말 기준 8952억원에 달하는 대한송유관공사의 설비 등 자산의 1.1%에 불과하다. 민영화 이전 10년 동안 송유관공사는 연 평균 880억원 규모의 시설투자를 한 것으로 기록됐다.

지난 7일 인근 공사장에서 날아온 풍등 불씨로 시설에 큰 화재가 발생하면서 대한송유관공사의 안전 시설 미비와 허술한 관리가 도마에 올랐다. 기름탱크 주변에서 잔디를 태운 18분 간 송유관공사 측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찰은 9일 브리핑에서 "폭발한 탱크에는 외부에서 화재 발생을 감지하는 장치가 달려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화전동 대한송유관공사 고양 저유소 화재현장에서 8일 오전 관계자들이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화전동 대한송유관공사 고양 저유소 화재현장에서 8일 오전 관계자들이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대한송유관공사는 국내 정유공장에서 생산된 기름을 수송하며 전국 1180km의 송유관을 관리하는 일을 한다. 1990년 공기업으로 설립됐다가 2001년 정부 지분을 민간에 매각하면서 30%의 영업이익률을 내는 회사가 됐다. 지난해에도 매출 1580억원, 영업이익 465억원을 달성했다. 임직원 374명에게 지급된 금여는 395억원(복리후생비·퇴직급여 포함)으로 1인 평균 1억원을 넘겼다.

지난해 배당은 117억원으로 현재 대한송유관공사의 주주는 SK이노베이션(41%), GS칼텍스(28.62%), 산업통상자원부(9.76%), 에쓰오일(8.87%), 현대오일뱅크의 모기업 현대중공업(6.39%), 대한항공(3.10%), 한화토탈(2.26%) 등이다.

높은 급여와 배당률을 자랑하는 알짜 회사지만 평소 부실했던 안전 투자와 관리 소홀은 큰 대가로 돌아왔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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