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증인 신분으로 국정감사에 출석했다.
선 감독은 1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 상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나왔다. 한국 스포츠계에서 현 국가대표팀 감독이 국정감사 증인석에 앉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선 감독은 지난해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취임, 지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야구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거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선 감독의 야구 국가대표팀은 1차전 대만전에서 무기력한 경기를 하며 패배를 기록해 팬들에게 실망을 안겼고, 오지환(LG트윈스) 등 일부 선수를 병역 혜택을 주기 위해 발탁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부르며 비난과 논란이 이어졌다.
선 감독은 이와 관련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표 선수 선발 과정에서 그 어떠한 청탁, 불법행위도 없었다"며 "대표 선수 선발 과정은 공정했다. 코칭스태프와 치열한 토론을 거쳤다. 통계, 출전 기록, 포지션, 체력 등 여러 지표를 살폈다. 토론 결과를 바탕으로 감독인 제가 최종 결정을 내렸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이번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되었다”며 “스포츠 행정가가 아닌 대표팀 감독이 국감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마지막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날 국감에서 여야 의원들은 선 감독을 상대로 오지환 선발 과정에서 일었던 청탁 의혹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먼저 바른미래당 김수민 의원은 "그라운드에 계셔야 할 분이 국감장에 오신 게 야구팬 보기에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프로야구 선수들이 병역 혜택을 본다는 사실을 인정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선 감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 의원의 "청탁이 있었느냐?", "실력이 비슷한 경우 병역 미필 여부가 영향을 주는가"라는 추가 질문에도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김 의원은 오지환이 대체복무 기회가 있었음에도 스스로 포기했다며 선 감독과 구단이 사전에 교감한 것이 아닌가 따져 물었다.
이어 이름을 가린 A와 B 두 선수의 2017시즌 성적을 보여주며 감독이라면 누구를 뽑을 것인지 추가 질문을 했다.
선 감독이 "기록은 B 선수가 좋다"고 답하자 김 의원은 "A가 오지환이고, B가 김선빈이다. 선 감독은 오지환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기 위해 최근 3개월 성적으로 선수를 선발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선 감독은 "시대적 흐름을 헤아리지 못한 건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인 뒤 "그러나 선수 선발은 제 생각이 맞는다고 생각한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선 감독은 "감독이라면 지금 컨디션을 좋은 선수를 써야 한다. 통산 성적으로 선발하면 오히려 이름값으로 선수를 쓰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질의에 나선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왜 이 자리에 나왔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선 감독은 "국민들과 소통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손 의원은 "1200만 팬들에게서 선 감독에게 이야기해 달라는 요청이 빗발쳤다. 그러나 아시안게임이 끝난 뒤 제가 증인으로 채택하기 전까지 아무 말도 없었다. 증인으로 채택한 뒤에야 기자회견을 했다. 기자회견 글은 KBO가 써 준 것 아닌가"라고 묻자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또 손 의원이 "국가 대표 감독직을 맡겠다고 먼저 나섰냐"고 하자 선 감독은 "KBO (구본능) 총재에게 지난해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손 의원이 "선수 선발은 원래 KBSA(대한야구 소프트볼협회)가 하는 일이다. 그게 KBO로 이관된 게 언젠지 아냐"고 묻자 "저는 현장 일만 알고 있고 행정 일은 모른다"고 했다.
손 의원은 "선 감독이 할 수 있는 결정은 두 가지뿐이다. 사과하든지사퇴를 해라"고 요구했다. "그렇지 않으면 2020년까지 가기 힘들다. 선 감독 때문에 구장에 관중이 줄었다. 시대 흐름을 몰랐다고 하면서 똑같은 이야기를 할 것이냐"고 몰아붙였다.
선 감독은 국민 정서를 잘 몰랐다"면서 "저는 소신 있게 뽑았다"고 대답했다.
변선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