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새 안주인 「바버라」여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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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백악관의 41번째 안주인이 된 「바버라·부시」여사 (63) 는 이제까지의 퍼스트 레이디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미국인들에게 신선하고 포근한 정감을 던져주고 있다.
「조지·부시」대통령의 어머니를 연상케하는 백발에 뚱뚱한 몸매, 별로 가꾸지 않은 듯한 매무새의 퍼스트 레이디에게 맨 처음 많은 미국인들이 실망을 표시한 것도 사실이나 그녀는『나는 내가 아닌 다른 모습으로 꾸밀 생각은 없다』고 맞서 이제 그녀의 모습은 「당당하고 여유 있는 상류층의 솔직한 멋」으로 미국여성사회에 또 다른 스타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대통령이나 그의 보좌관들을 통해 직간접으로 미국정치에 입김을 불어넣었다는 「레이건」대통령의 「낸시」여사와 「정반대의 스타일」이라는 평을 받고 있은 그녀는 『대통령의 부인이 되었다해서 나의 역할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며 아내와 어머니, 열 명의 손자를 둔 할머니의 역할이 우선임을 강조한다.
뉴욕교외의 라이지역에서 출판업체인 맥콜사회장의 딸로 태어난 「부시」여사는 17세 때 크리스마스 댄스파티에서 「부시」를 만났다.
재학중인 명문 스미스 칼리지를 중퇴하고 결혼을 서둔 그녀에게 미국의 매스컴들은 자기주장이 강하지 않은 「순종형」「자기비하형」「겸손형」이라는 평가도 내리고 있는데 그녀는 44년간의 결혼생활동안 5명의 자녀 및 열 명의 손자들과 행복한 가정을 꾸미는데 손색없는 역할을 해냈다.
「부시」대통령의 근무지를 따라 배경을 포함해 29번이나 이사를 해야했지만 늘 부드러움을 잃지 않았으며 이번 대통령선거운동에서도 「침착하고 신뢰를 주는 호소」로 유권자의지지를 획득해 나갔다.
지난 8년간 반짝이는 「낸시·레이건」의 그늘에 가려 지내왔지만 「바버라」의 주위에 늘 사람들이 모여들었던 것은 그녀 특유의 포근함과 허심탄회한 매너 때문이라는 것. 『「낸시」를 좋아하나 「낸시」처럼 정치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비친 「부시」여사는 『국민이나를 선출한 것이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그러나 53년 백혈병으로 인한 3살난 딸의 죽음으로 인생의 큰 전기를 맞았다는 그녀는 그 동안 질범 및 문맹퇴치와 미혼모 및 무주택자 등 불우이웃돕기에 상당히 신경을 써 왔으며 앞으로도 이 사업에 노력을 경주할 것으로 보인다.
그녀를 나이보다 훨씬 늙게 보이게 하는 흰머리와 잔주름에 대한 주위의 지적에 대해 그녀는 『내 이마에 감자밭을 일구어도 되겠지요?』라고 농담하면서도 『만약 「부시」가 이런 일에 신경을 쓰는 사람이라면 만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녀는 대통령이 된 남편 「부시」와의 끊임없는 사랑에 서로를 싫증나게 하지 않는 부부간의 장난기도 한몫을 했다고 귀띔한다.
그녀는 앞으로 백악관을 친지와 이웃의 방문과 웃음이 끊이지 않은 화기애애한 곳으로 만들겠다고 말한다. <고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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