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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폼페이오 방북으로 평화 프로세스 되살아나길 기대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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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어제 네 번째 방북했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에 대해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평가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그는 이날 오후 서울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북한 방문이 상당히 좋았다”며 이렇게 밝혔다고 한다. 한동안 주춤해진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 프로세스가 다시 활로를 찾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다행스러운 일이다.

소원한 북·미 관계, 빠르게 회복될 듯 #정부, 성실한 중재자 역할 계속해야

이와 함께 “북·미 정상회담을 가급적 빨리 열기로 김 위원장과 의견을 모았다”는 폼페이오의 전언도 긍정적인 신호라 할 수 있다. 교착상태에 빠졌던 북·미 관계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북한이 제시한 영변 핵시설 폐기 문제도 순조롭게 논의되고 있다는 폼페이오의 설명도 반갑다. 그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미 정부의 참관 문제 등의 협의가 있었으며, 미국 측 상응조치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고 했다.

폼페이오의 말대로라면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에 중대한 진전이 아닐 수 없다. 이번 폼페이오의 방북 때 기대해 온 사안은 크게 세 가지였다.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 종전선언, 그리고 북·미 정상회담 문제였다. 이 중 미국이 요구해 온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와 북측 바람인 종전선언을 어떻게 조화롭게 처리할 수 있을지가 이번 방북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예상됐었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을 닫을 테니 제재 해제와 같은 성의 있는 조처를 하라고 요구한 반면, 미국은 핵·미사일 리스트 또는 비핵화 일정 정도는 내놔야 한다고 맞서 왔다.

이번 폼페이오의 방북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합의가 이뤄졌는지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북·미가 절충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 자체가 값진 일임은 틀림없다. 북·미가 이런 타협의 정신을 발휘해 일괄적인 빅딜이든, 점진적인 비핵화 방식이든 실질적인 해답을 찾아낸다면 한반도에 평화가 깃들 날도 멀지 않았다.

하지만 외신에 따르면 폼페이오 방북에 동행한 미국 관리는 “이번 방북이 지난번보다 좋았다”면서도 “(북한 비핵화는)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작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북·미가 실질적 비핵화를 이루기에는 어려움이 남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에 앞서 6일 폼페이오를 맞은 일본 정부는 “아직 종전선언은 시기상조” “핵무기 외에도 북한 내 생화학무기도 없애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역시 북·미가 빅딜을 하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로 꼽힌다.

이처럼 상황이 복잡해질수록 우리의 역할은 중요하다. 지금 북한과 미국 간 협상이 흔들릴 때 이를 추스를 주체는 한국 외에는 없다. 폼페이오가 “한국이 비핵화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로 곧장 방문했다”고 털어놓은 것도 이런 맥락일 것이다. 당장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어떻게 진행될지가 큰 고비가 될 게 분명하다. 문 대통령도 "북·미 회담 성공을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당국은 그간 애써 온 것 이상으로 성실한 중재자 역할을 잘 해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