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상 8년 반만에 고삐 풀린 「과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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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7일 중앙교육심의회 합동 분과회의가 결정한 「방학중 과외전면 허용」 방안은 8년 6개월 동안 끌어온 과외허용 논의에 일단 매듭을 지었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 개선 안은 현실적으로 보완해야할 많은 문제점을 안고있어 앞으로 중교심 총괄운영위와 교육정책자문위의 심의, 문교부의 시행 안 마련 과정에서 폭넓은 대책이 검토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과외욕구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대입제도 개선 등 제도와 의식의 전환도 시급한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부분허용 배경=중교심위원들은 과외를 법으로 금지시키는 것은 무리이며, 현재의 재학생 학원수강이나 비밀과외의 만연은 규제가능의 정도를 넘어서고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80년 7·30 교육개혁 조치로 과외가 금지된 이후 해가 갈수록 과외 허용을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으며 최근엔 거의 공공연하게 재학생의 학원수강과 개인지도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교심논의는 과외금지를 완화하되 어느 범위까지 허용하느냐에 그 초점이 모아졌다.
당초 정책변화로 인한 혼란을 최소화하고 정상적인 학교수업 운영을 위해 방학중 재학생의 학원수강 허용 안이 제시됐으나 과외부분 허용의 경우 현실적으로나 명분론으로 다른 과외를 막을 수 없다는 반론이 제시돼 결국 「방학중 전면허용」으로 굳어졌다.
그러나 현직교사의 과외는 허용될 경우 과거와 같은 병폐가 되살아날 우려가 크다는 이유로 제외됐다.
◇전망과 문제점=앞으로 이 개선 안이 확정되면 방학중 재학생의 학원수강은 물론 입주과외·그룹과외 등 갖가지 형태의 과외가 성행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관계자들은 가중된 대입경쟁과 생활수준의 향상, 핵가족 시대의 자녀에 대한 기대욕구 등으로 80년 이전보다 과외양상이 더욱 극성스러워질 것으로 점치고 있다.
따라서 「방학중 과외 전면 허용」도 현재의 과외 욕구를 완전 해소하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이 경우 학기 중 비밀과외나 재학생의 학원수강에 대해 현실적으로 어떤 방법과 명분으로 단속할 것인지, 그 실효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우려되는 것은 고액과외의 등장. 과외금지가 풀릴 경우 공공연하게 과외교사의 등급이 매겨지고 과외교습비에 차등이 생길 것은 분명하며, 이 경우 특정 대학생이나 학원강사·과외전문교사 등은 「시한부 과외」라는 점 때문에 더욱 많은 돈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또 학원 수용력의 문제도 간단하지가 않다. 학원들이 방학중의 재학생 학원수강만을 위해 시설과 교사를 확보하기는 어려운 일이며, 결국 콩나물 교실 등 열악한 교육조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예상이다.
무엇보다 개인과외나 학원수강을 할 경제적 능력이 못돼 과외를 극력 반대하는 계층이 아직도 많다는 점에서, 이들의 위화감을 해소해주는 대책이 시급하다.
특히 지방에서 방학을 맞아 「과외상경」, 「학원수강상경」을 하는 혼란도 예상할 수 있다.
결국 과외욕구를 학교 내로 끌어들이는 보충수업의 내실화와 과외를 하지 않고도 대학시험을 치를 수 있는 대인제도의 개선, 대학에 가기 않아도 불리한 대점을 받지 않도록 하는 학력간격차완화,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다양한 학습자료 및 교육방송의 확대 등 보완책이 빨리 실현되어야만 과외 문제도 순리로 풀려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천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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