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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소연도 맨발의 투혼, 인터내셔널 크라운의 통산 최다 승점

중앙일보

입력

유소연. [연합뉴스]

유소연. [연합뉴스]

1998년 박세리 맨발의 투혼 20년 후 유소연도 양말은 벗고 물에 들어갔다. 유소연은 7일 인천 송도 잭 니클라우스 골프장에서 벌어진 UL인터내셔널 크라운 최종일 싱글매치 마지막 조에서 렉시 톰슨과 상대했다. 유소연은 7번 홀에서 두 번째 샷이 호수 옆 경사지에 들어가자 물로 들어갔다.

통산 9승1무2패, 승점 19점으로 역대 1위 #7번 홀서 박세리처럼 양말 벗고 물에 들어가

유소연은 “파 5에서 톰슨이 2온을 해 놓은 상황이어서 기적의 샷을 바라고 물에 들어갔다. 물론 박세리 선배의 맨발의 투혼을 보고 자랐기 때문에 머리 속에 그 장면이 선명한데 내가 그 상황이 되니까 조금 멋쩍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홀에서 유소연은 보기를 하고 홀에서 패했지만 끝까지 톰슨을 추격해 매치에서는 무승부를 기록했다. 유소연은 “이미 한국이 우승을 확정 지은 것을 알고 있었지만 한국 땅에서 패배를 기록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두 선수는 2017년 ANA 인스퍼레이션 연장전에서 만났다. 당시 앞서나가던 톰슨은 4벌타를 받아 연장전에 끌려왔다. 톰슨에게 벌타를 준 사람은 유소연이 아니었지만 갤러리는 유소연에게 적대적이었다. 유소연은 이를 이겨내고 우승했다.

전인지와 유소연이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인지와 유소연이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소연은 2016년 인터내셔널 크라운 싱글매치에서 톰슨과 만나 2홀 차로 승리했다. 그러나 우승은 미국이 차지했다. 유소연은 “한국이 첫 우승을 차지해서, 또 우승을 한국에서 하게 돼서 기쁘다”고 말했다.

유소연은 아직 20대지만 인터내셔널 크라운의 전설이라고 할 만하다. 올해 대회 전까지 2개 대회에 모두 참가해 6승2패를 기록했다. 두 대회에서 모두 가장 많은 점수를 획득한 선수가 유소연이다. 유소연은 이번 대회에서 3승1무를 추가했다. 4승무패를 기록한 전인지의 기록에 뒤지지만 통산 9승1무2패(승점 19)로 역대 최고 점수를 기록한 선수다. 미국의 싸움닭 크리스티 커가 통산 8승3패로 승점 16점이다. 유소연이 젊어 크리스티 커가 기록을 추월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유소연은 왜 인터내셔널 크라운에서 뛰어난 성적을 내느냐는 질문에 “책임감이다. 한국에는 아주 좋은 선수들이 많이 있는데 이를 대표해서 나와서 경기하니 어떤 때는 기적 같은 샷이 나온다. 평소에도 그런 생각을 하고 나가면 더 좋은 성적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고 말했다.

부담감이 많았다고 한다. 유소연은 “메이저 대회 한 달 남았다고 긴장하지 않는데 이 대회는 몇 달 전부터 긴장했다. 인경 언니가 한 팀으로 잘 모아줬고 성현이와 인지도 잘 따라줬다”고 말했다. 홈에서 하는 대회 우승으로 안도감이 드는가, 기쁘냐는 질문을 받고 유소연은 “기쁨도 아니고 안도도 아니다. 너무 걱정하면서 하루 하루 보냈고 긴장이 많아서 실감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천=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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