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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도 바뀌어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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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회의원 총선거가 끝난지 1년도 안 돼 선거제도 개정논의가 일고 있다.
민정당의 박준규 대표위원은 지역감정 해소를 위해 중선거구제로의 선거법개정을 주장했고, 민주당의 김영삼 총재는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되 철저한 인구비례에 따른 선거구조정을 주장했다. 노대통령도 선거법개정에 대해 여야가 합의하면 여건에 따라서 고칠 수 있다는 유연한 입장을 천명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경우도 지방의회의원선거를 민정당은 중선거구제로 할 것을 주장하고 야당중 일부는 소선거구제를 채택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지방의회의원선거의 경우는 특별시· 직할시·도 단위의 광역자치단체부터 실시할 것인지, 시·군·구 단위의 기초자치단체부터 실시할 것인지 조차 확실하지 않아 2월 국회에서의 지방자치법개정이 주목되고 있다.

<1당 지방의회 가능성>
국회의원선거와 지방의회의원선거문제가 벌써부터 논의되고 있는 것은 선거제도가 정당의 존립문제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선거의 경우 소선거구제가 계속되면 현재의 4당 체제가 정착될 가능성이 있고 중선거구제나 대선거구제가 실시되면 혁신정당이 등장해 보수·혁신정치가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국회의원선거제도의 개정문제는 현재의 4개 정당에는 사활이 걸린 문제라고 하겠다.
지방의회의원 선거의 경우 소선거구제로 하는 경우 일부지방에서는 야당없는 1당 지방의회가 생길 가능성이 많다.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호남지방에서는 평민당 일색의 지방의회가 구성될 것이고, 충청지방에서는 공화당일색의 지방의회가 구성되고, 부산·경남지방에서는 민주당일색의 지방의회가 구성되고 대구·경북지방에서는 민정당 일색의 지방의회가 구성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는 경우 지방색이 더욱 두드러지고 4국 체제가 형성돼 결국에는 연방제도처럼 될 가능성까지 없지 않다는 우려가 크다.
이러한 지방색을 타파하고 지방의회에서도 여야 균형의 민주의회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중선거구제를 채택해야한다는 것이 여당의 주장인 것 같다. 지방의회의원선거는 전국적 문제가 아닌 주민자치문제를 다루기 의한 것이기 때문에 정당의 관여를 배제하겠다는 것이 5공당시의 정부·여당의 견해였었다. 정부·여당이 6공들어 이 견해를 수정해 정당후보의 추천을 인정할 뿐만 아니라 중선거구제로 하겠다고 나선 것은 진일보한 것이라 하겠다.
아직도 야당에서는 선거구 구획에 대해 확실한 언급을 하고 있지 않아 논평하기는 어려우나 지방주민들의 의견이 대표되어질 수 있는 지방의회의원선거법이 마련돼야 하겠다.
지방자치가 실시되지 않았던 5공하에서는 국회의원이 지역민의 대표자로 지역주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면에서 소선거구제가 주장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방자치가 실시되는 경우 국회의원의 지역대표성을 지나치게 강조해서는 안될 것이다.
서울의 경우 42명의 국회의원이 선출되고 있는데 이들은 같은 동에서만 선출되는 사람도 있어 동의원이라는 별명까지 붙어 있다. 만약 인구비율을 보다 철저히 감안하면 57명을 뽑아야 된다. 이 경우 90명 정도의 서울특별시 의원과 무슨 차이가 있을지 모르겠다. 지방의회의원을 소선거구에서 뽑는 경우 국회의원은 중선거구나 대선거구 비례대표제로 뽑아야 할 것이다.

<중·대선거구로 전환을>
소선거구제의 경우 인물선거에 적합하고 양대 정당의 육성에 기여한다는 것이 정치학의 정설이다. 그러나 지역감정이 격화돼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4당 난립을 초래했고 전국적 인물 아닌 지역적 인물 선출에 기여했을 뿐이다. 중선거구제나 대선거구제는 정당선거에 적합하며 정당이 내건 정책선택에도 적절한 것이기 때문에 이의 도입이 요망된다.
현재의 국회의원선거제도는 소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으므로 선거전이 과열돼 결사적인 선거운동이 전개되고 있으며 부정과 부패행위가 난무해 「20부10낙」이라는 말이 입증하듯이 금력선거로 타락하고 있다.
1천만원의 공탁금 기탁조항 조차 돈에 의한 피선거권 제한이라 하여 위헌 제청되고 있는 터에 20억원이란 돈을 쓰지 않으면 낙선된다는 현실은 과감히 시정돼야 한다.
재야세력이 선거자금이 없어 국회에 진출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의회외적 반대파로 혁명세력으로 과격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진보세력을 의회내적 반대당으로 만들어 의회민주주의 세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도 선거제도의 개정은 필수적이라 하겠다.
지방의회의 지역성을 유지하는 경우 이와 구별하기 위해서도 국회의원의 지역대표성은 희석하는 방향으로 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 중선거구제나 대선거구 비례대표제를 채택하는 경우·군소 정당의 난립이 우려된다고 하나 우리나라의 경우 4당 체제나 5당 체제 간에 별 차이는 없는 것이다.
또 선거제도를 개혁함으로써만 현재 색깔을 감추려고 하는 정당들의 색깔을 명확하게 할 수 있으며 정당을 정책정당으로 탈바꿈할 수 있게되는 것이다.

<정당정치 안정에 기여>
현행 선거법은 김영삼 민주당총재가 지적한 것처럼 인구평등의 원칙에도 위배되기 때문에 주민이 평등권위반을 주장해 헌법소원을 제기하면 위헌 결정될 것이다. 위헌성이 농후한 선거법하에서는 정당활동도 안정될 수 없다. 언제 지구당의 크기가 달라질지도 알 수 없는 판에 지구당의 안정은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각 당이 공석인 지구당 위원장을 임명하기 전에 선거법을 하루빨리 고쳐 정당정치의 안정화에도 기여해야한다.
선거법개정이 정당의 육성·발전과 민주정치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빠른 시일 안에 단행되기를 바란다. 김철수<서울대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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