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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항전이 떨렸던 '세계 1위' 박성현 "심장 터지는 줄 알았어요"

중앙일보

입력

4일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CC에서 열린 2018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1라운드. 한국 박성현(오른쪽)이 14번 홀에서 티샷을 한 뒤 페어웨이를 바라보며 다음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CC에서 열린 2018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1라운드. 한국 박성현(오른쪽)이 14번 홀에서 티샷을 한 뒤 페어웨이를 바라보며 다음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기소침해지려는 순간에 팬들이 응원을 보내주셨다. 다시 힘을 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4일 인천 송도 잭 니클라우스 골프장. 여자 골프 국가대항전 UL 인터내셔널 크라운에 한국 대표로 나선 막내 전인지(24)는 많은 갤러리들의 응원에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평일에도 수천 명의 갤러리들이 운집한 가운데서 한국 선수들은 대만 두 조를 모두 따돌리고 예선 라운드 첫 날 8개국 중 유일하게 2승을 거뒀다. 김인경(30)과 박성현(25)은 캔디 쿵-파비 야오 조를 한 홀 차, 유소연(27)과 전인지는 테레사 루-쉬웨이링 조를 두 홀 차로 따돌렸다. 한국은 2승으로 승점 4점을 얻어 A조 선두로 올랐다.

4일 오전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CC에서 열린 '2018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1라운드에 앞서 선수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조직위]

4일 오전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CC에서 열린 '2018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1라운드에 앞서 선수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조직위]

이번 대회는 예선 라운드의 경우, 포볼 방식으로 열린다. 조합을 이룬 2명이 각 홀마다 각자의 공으로 경기해 그 중 더 좋은 성적을 낸 선수의 기록을 그 팀의 점수로 채택하는 방식이다. 호흡을 함께 맞춘 조합이 중요한 대회에 한국 선수들은 서로 퍼팅 라인도 읽어주고, 적극적인 조언도 하면서, 힘을 불어넣었다. 1회 대회 3위, 2회 대회 2위에 올랐던 한국은 이번 대회에선 홈에서 열리는 만큼 우승을 목표로 잡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중압감이 클 수밖에 없었다. 선수들은 이날 평소 LPGA 투어에선 하지 못한 경험을 했다. 골프장엔 태극기가 올라가고, 애국가가 울러퍼졌다. 김인경은 "애국가가 나오는데 타이밍이 어떻게 저렇게 딱 맞춰 태극기가 올라갈까 하고 생각했다"며 신기한 반응도 보였다. 이들이 착용한 모자와 유니폼엔 당연히 태극기가 박혔다. 국가를 대표해 나가는 대회에 개인전과는 또다른 감정을 느꼈다.

4일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CC에서 열린 2018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1라운드. 한국 박성현이 14번 홀 그린에서 퍼팅라인을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CC에서 열린 2018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1라운드. 한국 박성현이 14번 홀 그린에서 퍼팅라인을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첫 티샷 때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가장 인상적인 반응을 보인 선수는 박성현이었다. 여자 골프 세계 1위이자 올 시즌 3승을 거둔 박성현은 이 대회 출전은 처음이다. 박성현은 지난 2일 개막 미디어데이 때 "전에 퀸즈컵에서 태극마크를 단 적은 있지만, 인터내셔널 크라운 출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설레고 긴장된다. 아직도 걱정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예선 첫 라운드를 치른 뒤 그는 "내가 제일 긴장을 많이 했다"면서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다"는 말로 기분을 표현했다. 첫 버디 퍼트에서 가졌던 긴장감도 털어놨다. 그는 "그 퍼트가 1m도 안 됐는데 긴장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또 전인지도 "겉보기엔 (첫 티샷 때) 즐기는 것 같아 보였지만 긴장을 많이 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소연 언니가 긴장을 많이 풀어주려고 해줬다. 그런 긴장감이 오히려 우리 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4일 오전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CC에서 열린 '2018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1라운드에서 한국팀의 유소연(왼쪽)과 전인지가 1번 홀 출발 전 밝게 웃고 있다. [사진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조직위]

4일 오전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CC에서 열린 '2018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1라운드에서 한국팀의 유소연(왼쪽)과 전인지가 1번 홀 출발 전 밝게 웃고 있다. [사진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조직위]

물론 다른 반응을 보인 선수도 있었다. 유소연은 "원래 첫 티에서 긴장하거나 떠는 편이 아니다. 시작 전에 국기 게양도 하고, 애국가도 듣고 해서 많이 엄숙해졌다. 오히려 차분해졌다"고 말했다. 김인경은 "원래 첫 홀엔 다른 곳을 보지 않는데, 선배님들, 친구도 보이더라. 좋았다"고 말했다. 이날 대회장엔 김인경의 동갑내기 친구인 신지애(30)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담감이 컸지만 선수들은 국내 갤러리들의 응원엔 "힘을 받았다"고 했다. 유소연은 "경기 시작 전엔 한국에서 열리는 만큼 우리가 더 부담감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응원을 많이 해주셔서 힘을 더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인천=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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