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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경 "강남 부자 의원, 부동산 정책서 빼자"…잇단 '내로남불' 저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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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 ‘부동산 내로남불’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 대책을 만드는 정치인과 정부 고위 공직자 상당수가 1가구 2주택자이거나 서울 강남 지역에 부동산을 보유한 점을 지적하는 내용이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2일 “부동산 정책 결정 과정에서 강남 부동산을 가진 의원을 배제하자”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라디오(MBC 이범의 시선 집중) 인터뷰에서 “부동산 부자가 부동산 정책을 결정하게 되면 이해 충돌의 문제, 사적 이용과 영향의 문제가 있다”며 “강남 부동산이 다시 뛰는 걸 보면서 이 문제를 한 번 짚고 넘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 [중앙포토]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 [중앙포토]

하 의원은 “강남 부동산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국회의원이 되지 말아야 한다거나 공무원이 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예를 들어 부동산 정책을 결정하는 국회 국토위원회에 강남 부동산 부자가 있으면 국민이 중립적ㆍ객관적으로 정책 결정을 할 것인가를 의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의원) 본인도 본인 재산에 영향을 주는 정책이 올라왔을 때 솔직히 생각은 해볼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하 의원은 “국회의원 공천 심사할 때 심사위원의 동생이 후보로 올라오면 해당 위원을 배제한다. 똑같은 원리로 (부동산 정책 결정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동산은 이미 공개됐기 때문에 본인이 사퇴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서울 강남 3구에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국회의원은 자유한국당 36.6%, 더불어민주당 14.1%, 바른미래당 33.3%, 민주평화당 35.7%로 알려져 있다.

이날 정의당 심상정 의원도 청와대와 정부 고위 공무원의 강남 부동산 문제를 지적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인 심 의원이 관보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청와대와 정부 부처 등의 고위공무원 3명 중 1명이 강남 3구(강남ㆍ서초ㆍ송파)에 주택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 [중앙포토]

정의당 심상정 의원. [중앙포토]

심 의원은 청와대와 행정부처 1급 공무원 이상 및 관할기관 부서장 등 총 639명의 재산변동 관보를 분석했다. 이 중 33%인 210명이 강남 3구에 주택을 보유하고 있었다. 부동산 관련 세제ㆍ금리ㆍ공금 등을 결정하는 정책 집행기관 중에서는 기재부가 54%(13명 중 7명)였고, 한은 50%(8명 중 4명), 국토부 34%(29명 중 10명) 순이었다. 사정 기능이 있는 기관 중에는 국세청이 80%(5명 중 4명), 공정위 75%(4명 중 3명), 금융위 69%(13명 중 9명), 대검 60%(35명 중 21명) 순으로 많았고, 청와대는 29%(52명 중 15명)였다. 이는 올해 3월 29일 관보를 분석한 것이다.

심 의원은 “부동산 관련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고위공직자들이 집값이 폭등하면 먼저 이익을 보는 구조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에 신뢰가 가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비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비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앞서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전날 국회 비교섭단체 연설에서 “다주택자인 장관ㆍ국회의원이 자발적 1주택을 실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연설에서 “존경하는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국무위원 여러분, 감히 묻습니다. 우리는 과연 부동산 문제에서 떳떳합니까”라고 물은 뒤 “청와대 참모진과 장관급 공직자의 35%가 다주택자다. 국회의원 119명이 다주택자이며 74명은 강남 3구에 집이 있다. 국민의 3.4%만이 강남에 살지만, 국회의원의 24.6%가 강남에 집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누가 뭐래도 이 자리에 있는 장관, 국회의원들 다수가 국민의 눈으로는 부동산 기득권의 일원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이 정책결정권자의 주장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국회와 정부 성원의 자발적 1주택은 그 어떤 정책보다 가장 확실한 부동산 개혁의 시그널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김승현ㆍ성지원 기자 s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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