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스타들 그의 옷을 입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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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그'지 표지에 실린 니콜 키드먼이 입은 채규인의 옷. [연합뉴스]

세계 정상급 패션 브랜드인 크리스티앙 디오르에서 한국인 디자이너가 맹활약 중이다.

10년 전 프랑스로 건너와 학업을 마치고 2002년 봄 디오르의 수석 디자이너인 존 갈리아노에게 발탁돼 함께 일하고 있는 채규인(36.얼굴사진)씨.

채씨는 홍익대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한 뒤 파리 의상조합학교를 거쳐 국립고등장식미술학교(ENSAD)에 수석 입학했다. 이 학교에 재학 중이던 1999년 파리 국제신발디자인전에서 특별상을 탄 것을 계기로 파리 기성복박람회에서 쇼를 열면서 프랑스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졸업을 앞두고 겐조와 디오르에서 연수를 하던 중 갈리아노의 눈에 들어 크리스티앙 디오르 디자인실에 합류했다. 이 곳엔 채씨 외에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디자이너 20명이 함께 일한다.

갈리아노의 이름으로 그가 디자인한 옷들은 현재 네덜란드 우트레흐트의 중앙박물관에 현대 패션을 대표하는 옷 가운데 하나로 전시되고 있다. 또 니콜 키드먼 등 할리우드 스타 여러 명이 그의 옷을 즐겨 입는다. 특히 키드먼이 그의 옷을 입고 있는 사진이 '보그' 영국판의 표지를 장식하기도 했다.

채씨는 지난해 5월 26개국에서 700여 명이 참가한 뉴욕의 국제패션디자인 경연대회에서 최종 결선 진출자 5명에 들었다. 남성복을 여성 모델에게 입혀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뉴욕타임스 등에 대대적으로 소개됐다.

이들 언론은 "명확하고 지적인 커팅과 발랄한 디테일, 고급스러우면서도 실용적인 소재, 데님(청바지 소재로 쓰이는 면직물)과 니트를 재치있게 조화시켜 젊고 신선한 에너지를 표출했다"고 평했다.

그가 만든 데님 의류는 존 갈리아노의 디자인실에서 만든 상품 가운데 최고의 판매기록을 수립하기도 했다.

"지난해 7월 파리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생 제르맹 데 프레에 있는 갤러리에서 닷새 동안 했는데 유럽과 미국에서 많은 주문이 들어왔어요."

그때 얻은 자신감으로 그는 7월 중 독자적인 브랜드를 시작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파리에서 일하던 중 서울에 잠시 들렀다가 유명 백화점에 자신의 디자인을 그대로 베낀 옷이 걸려 있는 걸 보고 쓴웃음을 지었다는 채씨는 "한국 패션계도 눈 앞의 성공에 연연하지 말고 길게 보고 투자하는 느긋함을 지녀야 한다"고 조언했다.

[파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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