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란 마침내 해냈다, 세계 신기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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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장미란이 용상 3차시기에서 180kg의 바벨을 들어올리며 인상과의 합계에서 318kg의 세계신기록을 작성하고 있다. [원주=연합뉴스]

세계 최강인 중국의 아성을 깨고 드디어 세계 여자역도의 역사를 새로 썼다.

'여자 헤라클레스' 장미란(23.원주시청)이 여자역도 75㎏급 인상과 합계에서 세계신기록을 작성했다. 22일 강원도 원주에서 벌어진 한.중.일 국제초청역도대회에서 장미란은 인상에서 138㎏을 들어 세계신기록(종전 137㎏)을 작성한 뒤 용상에서 180㎏을 추가, 합계(318㎏)에서도 세계신기록(종전 305㎏)을 세웠다. 합계에서는 세계기록을 13㎏이나 늘린 것이다. 1987년 한국에 여자 역도가 정식으로 도입된 이래 세계신기록 작성은 처음이다.

아직 비공인 세계신기록이지만 이번 대회에 한국과 중국.일본의 1급 국제심판이 참가하고 규정된 도핑테스트, 국제역도연맹(IWF) 공식일정 등록 등 세계기록 공인요건을 모두 갖췄으므로 IWF 총회에서 세계기록으로 승인받는 일만 남았다.

장미란은 "지난해 세계선수권을 마친 뒤 쉬면서 훈련을 많이 했고 체력도 좋아진 것 같다"며 "최종목표가 2008년 베이징올림픽인 만큼 그때까지 기록을 더 늘리는 데만 신경 쓰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카타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용상 금메달을 획득한 지 반 년 만에 공식대회에 출전한 장미란은 처음부터 거침이 없었다. 인상 1차 시기에서 130㎏을 가볍게 성공한 장미란은 2차 시기에서 135㎏을 들어 자신의 한국 기록을 4㎏ 늘려놨다. 마지막 3차 시기에서 중국 딩메이유안의 세계기록을 1㎏ 넘어서는 138㎏에 도전한 장미란은 안정된 자세로 바벨을 들어올렸다.

용상 1차 시기에서 170㎏을 들어올려 합계(308㎏)에서 이미 중국 탕궁훙의 기록을 넘어선 장미란은 2차 시기에서 175㎏을 성공, 한국신기록(종전 173㎏)을 넘어섰다. 이제 남은 것은 탕궁훙의 용상 기록(182㎏). 그러나 3차 시기에서 무리하지 않고 180㎏를 들어올려 합계 318㎏이라는 '기록적인' 기록을 작성했다. 이날 장미란이 세운 기록의 수만 한국신기록 7회, 세계신기록 4회였다.

염동철 대표팀 감독은 '예상된 결과'라는 반응이었다. 장미란은 지난달 태릉선수촌 자체 평가에서 인상 135㎏, 용상 178㎏를 들어 합계 313㎏의 비공인 세계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훈련 프로그램을 100% 소화했고 특히 스포츠과학연구소를 통해 자세를 교정해 온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고 1이던 99년 역도선수 출신인 아버지(장호철)의 손에 이끌려 원주시청을 찾아 바벨을 잡기 시작한 장미란은 그해 6월 전국여자역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102.5㎏으로 용상 3위에 오른 이래 지금까지 인상 6회, 용상 12회, 합계 7회의 한국신기록을 작성했다. 타고난 신체조건과 남다른 성실성이 그녀의 오늘을 있게 했다.

2002년 태릉선수촌에서 그를 지도했던 전병관 국가대표 상비군 감독은 "처음에 자세나 기술적인 부분에 몇 가지 문제가 있었지만 워낙 파워와 유연성이 남달랐다"고 말했다. 안효작 대한역도연맹 전무는 "스타가 되면 생활이 흐트러지기 쉬운데 미란이는 전혀 한눈을 팔지 않는다. 성실함이 그의 선수 생명에 굴곡을 만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장미란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횟집을 여는 게 꿈"이라며 물고기에 대해 공부도 하는 소박한 성품이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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