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수제' 미미쿠키 부부, 버젓이 방송 출연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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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제품을 재포장해 직접 만든 유기농 쿠키인 것처럼 속여 팔다가 문을 닫은 충북 음성의 미미쿠키가 ‘친환경 인증’조차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미미쿠키 대표 부부가 한 지상파 프로그램에 출연해 미미쿠키의 마카롱과 케이크를 지역 특산물로 소개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사진 방송화면 캡처]

[사진 방송화면 캡처]

지난 7일 KBS1 ‘이야기가 있는 풍경’에서 미미쿠키는 매장이 있는 충북 음성의 특산물인 복숭아를 재료로 한 마카롱과 케이크를 선보였다.

영상 속 부부는 반죽을 하고 복숭아를 썰어 속 재료를 만들었다. 복숭아를 넣은 케이크도 직접 구워냈다. 아내는 “음성은 복숭아로 유명하다. 7~8월엔 복숭아로 마카롱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음성에서 나온 복숭아를 바로 따오기 때문에 건강에도 좋고, 맛도 좋다. 그래서 꾸준히 찾아주신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베이킹을 전공한 부부가 아기 태명인 ‘미미’를 상호로 2016년 6월 충북 음성군 감곡면에 문을 열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유기농 수제쿠키를 팔며 인기를 끌었다. 이 곳은 실제로 지난해 한 매체를 통해 ‘수제 유기농 케이크 전문점’으로 소개되며 여름 제철 과일인 복숭아로 만든 쿠키와 케이크를 출시 소식을 알린 바 있다.

미미쿠키는 회원 수만 9만 명에 달하는 포털사이트 인터넷 카페 ‘농라마트’에서 명성을 얻었다. 온라인에서 명성을 얻은 뒤 매장 앞에는 직접 구매하려는 고객들이 줄이 길게 늘어서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 20일 한 소비자가 온라인 직거래 카페에 “미미쿠키가 대형마트 코스트코의 자체 판매제품을 포장만 바꿔 팔고 있는 것 같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결국 업체는 사과문을 올리고 문을 닫았다.

이후 쿠키뿐만 아니라 롤케이크 역시 대형 제빵회사인 SPC삼립의 제품을 다시 포장해 판매한 것으로 드러나며 논란은 커졌다.

미미쿠키는 비난이 쏟아지자 “용서를 구한다. 큰 이윤을 남기려고 시작한 일은 아니다”라며 서비스로 제공하던 상품이 인기를 얻자 공산품을 재포장해 수제 제과로 판매했다고 인정했다.

또 문제가 된 제품을 제외하곤 모두 수작업으로 만든 것이라고 해명하며 문제 제품을 구입한 고객에게 환불해주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소비자의 분노는 여전하다. 유기농 제품이라는 미미쿠키의 홍보를 믿고 아토피를 앓는 자녀 등을 위해 제품을 구입해온 엄마들이 많기 때문이다.

‘미미쿠키’에 대한 경찰 수사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음성군이 군내 감곡면 소재 ‘미미쿠키’ 업체대표 A씨(33)를 즉석 판매제조업 등록 및 통신판매업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27일 오후 충북 음성군 감곡면 '미미쿠키' 판매점 문이 닫혀 있다. 이 업체는 대형마트 제품을 유기농 수제 쿠키로 속여 판매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영업을 중단했다. [연합뉴스]

27일 오후 충북 음성군 감곡면 '미미쿠키' 판매점 문이 닫혀 있다. 이 업체는 대형마트 제품을 유기농 수제 쿠키로 속여 판매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영업을 중단했다. [연합뉴스]

29일 음성군에 따르면 미미쿠키는 2016년 휴게음식점으로만 신고한 채 제품을 제조, 인터넷을 통해 제품을 판매해왔다.

통신판매를 위해서는 즉석판매제조업 및 통신 판매업 등록을 해야하지만 미미쿠키는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이에 따라 군은 미미쿠키 대표 A씨를 조만간 즉석 판매제조업 등록 및 통신판매업 위반과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할 방침이다.

이날 음성군 관계자는 “미미쿠키는 친환경 인증을 받지도 않은 상태로 유기농 제품을 홍보, 판매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며 “특히 이 업체는 즉석제조가공업 등록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SNS계정을 통해 인터넷 판매를 한 정황이 있어 경찰에 고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미쿠키는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을 닫고 폐업 상태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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