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 속 고래도 ‘구전가요’ 부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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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알래스카 혹등고래의 꼬리가 수면 위로 떠오른 모습. 혹등고래는 세대를 이어가며 특별한 음성신호를 공유하는 것으로 확이됐다. [사진 미 오레곤대]

알래스카 혹등고래의 꼬리가 수면 위로 떠오른 모습. 혹등고래는 세대를 이어가며 특별한 음성신호를 공유하는 것으로 확이됐다. [사진 미 오레곤대]

고래 무리 중 인간과 가장 친숙하다고 알려진 혹등고래는 세대를 이어가며 특별한 음성신호를 공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혹등고래, 후손과 음성패턴 공유 #“먹이 많은 장소 알리는 수단일 것”

미국 오레곤대와 알래스카 고래재단 공동 연구팀은 알래스카에서 서식하는 혹등고래가 내는 소리를 장기간에 걸쳐 연구해 이런 결론에 이르렀다고 27일(현지시각) 밝혔다.

연구팀은 1976년 담은 혹등고래의 물속 소리와 1997ㆍ2007ㆍ2008ㆍ2012년 각각 녹음한 소리를 비교했다. 그 결과 혹등고래가 내는 소리 중에 동일한 패턴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혹등고래가 내는 12가지 패턴의 소리는 1976년과 2012년 녹음에서 동시에 발견됐다. 미셸 포넷 오레곤대 박사는 “36년이란 시차를 뛰어넘어 동일한 소리가 발견됐다”며 “이는 세대를 이어 특정한 패턴의 소리가 전달되고 있음을 뜻한다”고 말했다. 이 중 8가지 패턴의 소리는 최근 수집한 혹등고래의 녹음에서도 발견됐다.

혹등고래는 ‘고래의 노래’라 불리는 소리를 낸다. 이는 교미를 위한 과시 행동으로 분류하지만, 혹등고래가 소리를 내는 이유를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사회성을 지닌 것으로 알려진 혹등고래가 물속에서 내는 소리는 그들의 물속 생활을 들여다보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꼽혔다. 하지만 접근이 힘든 탓에 혹등고래가 내는 소리의 비밀은 베일에 싸여왔다.

알래스카 인근 바다에서 헤엄치고 있는 혹등고래의 모습. [사진 미 오레곤대]

알래스카 인근 바다에서 헤엄치고 있는 혹등고래의 모습. [사진 미 오레곤대]

음성은 정보를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꼽힌다. 음성을 통해 커뮤니케이션하는 대표적인 동물이 바로 인간이다. 범고래와 하프물범도 음성을 통해 소통하는 대표 동물로 꼽힌다. 아프리카 사바나 코끼리도 수 ㎞까지 전파되는 낮은 주파수의 음성을 활용해 정보를 주고받는다.

혹등고래가 내는 소리를 연도별로 분석한 그래프. 일정한 패턴이 담겨있다. 왼쪽 그래프는 혹등고래가 수면 밑으로 내려가면서 내는 소리를 분석한 것이다. 오른쪽은 으르렁거리(gowl)는 소리다.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내는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자료 미 오레곤대]

혹등고래가 내는 소리를 연도별로 분석한 그래프. 일정한 패턴이 담겨있다. 왼쪽 그래프는 혹등고래가 수면 밑으로 내려가면서 내는 소리를 분석한 것이다. 오른쪽은 으르렁거리(gowl)는 소리다.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내는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자료 미 오레곤대]

혹등고래가 소리 패턴이 시간이 지날수록 변화하는 것도 확인됐다. 1997년 녹음한 혹등고래의 물속 소리는 이전과 비교해 음이 높아지고 길이가 짧아지는 경향성을 보였다. 2012년 녹음한 음성은 1997년과 비해 길어졌다. 연구팀은 "혹등고래가 물속 상황 변화에 맞춰 소리의 높이나 음정을 바꾸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혹등고래가 동일한 소리 패턴을 공유함으로써 문화적 교류와 함께 사회적 관계를 이어왔다는 게 연구팀의 결론이다. 프레드 샤페 알래스카 고래재단 연구원은 “반복되는 혹등고래의 소리 패턴은 고래 집단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있어 필수적”이라며 “먹이가 많은 장소 등을 동료에게 알리는 수단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과학 저널 사이언틱 리포트에 게재됐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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