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덕목은 열정과 고마움, 사랑"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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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군석 K타운 리얼티 대표(왼쪽)가 LA중앙일보 사옥을 배경으로 중앙일보와의 인연을 김문호 기자에게 소개하고 있다. 김상진 기자

한군석 K타운 리얼티 대표(왼쪽)가 LA중앙일보 사옥을 배경으로 중앙일보와의 인연을 김문호 기자에게 소개하고 있다. 김상진 기자

지난 69년 LA에 오기 전까지 그는 기자였다. 고려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서울신문 사회부와 정치부에서 3년을 근무했다. 당시 한국은 격동의 시기였다. 특히, 기자들에게 정치적 소용돌이는 열정만으로 현장을 지키도록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렇게 떠난 유학길은 인생진로를 완전히 바꾸고 말았다. 캘스테이트 풀러턴에서 정치학 석사를 받고 일시 귀국을 했을 때는 유신정권이 날을 세우던 때였다.

K타운 리얼티 한군석 대표
유신정권서 기자하다 미국행
창간호부터 44년간 본지구독
1988년 현재 본사 사옥 소개
"치우치지 않는 언론 리더되길"

"신문사에 복직을 했는데, 선후배 기자들이 왜 돌아왔냐며 '다시 (해외로)나가라'고들 난리였지요. 당시는 유학이나 이민 자체가 힘든 시절이었지만 마침 유학경험이 있었고…. 그렇게 해서 다시 미국생활을 시작하게 됐어요. 이후의 삶은 다들 비슷하지 않나요. 먹고 살기 위해 직업을 가져야 했고, 친구 소개로 부동산 직종을 알게 된 것이 천직이 된 거죠."

그래도, 신문에 대한 기억만큼은 지금도 그를 20대 팔팔한 청춘시절로 돌려놓곤 한다.

LA한인상공회의소 이사장을 지냈고, 지금도 'K타운 리얼티 & 매니지먼트'를 운영하고 있는 한군석 대표의 이야기다.

"기자들의 열정, 독자에 대한 고마움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커뮤니티에 대한 사랑과 기여는 미디어가 갖춰야 할 중요한 덕목이지요. 중앙일보는 창간 때부터 지금까지도 그런 노력에 수렴하고 불편부당함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참 대단하다 싶네요."

한 대표는 지난 74년 9월, 창간호부터 지금까지 중앙일보를 구독하며 정상의 신문으로 발돋움하는 모습을 지켜봤다고 한다.

"창간호부터 읽기 시작했으니, 그렇네요, 벌써 44년이 지났군요. 그 오랜 세월 동안 중앙일보는 한인 커뮤니티와 한인상권 발전에 큰 몫을 했어요. 특히, 신규 이민자들에게는 친절한 길잡이 구실을 했고, 1992년 LA폭동 때는 현장 소식을 담아내는 한편으로, 일부 직원은 총까지 들고 커뮤니티를 지키는 모습을 보였지요."

한 대표는 중앙일보와 각별한 인연도 있다. 올림픽 불러바드와 엘든 애비뉴에 있던 중앙일보를 지금의 윌셔플레이스 사옥으로 옮길 수 있도록 한 대표가 소개하고 거래를 성사시켰던 것.

"부동산을 하는 사람으로서 좋은 물건을 소개하고, 그를 발판으로 고객이 성장하는 모습을 본다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있을까요. 그런 고객 중에 중앙일보사가 있었던 것이지요. 중앙일보가 1988년 새 사옥을 구입해 지금까지 같은 자리를 지키며 최고의 신문으로 우뚝 섰으니, 보람있는 일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한 대표는 지금은 사라진 동아일보 사옥도 소개하는 등 한인 신문사와는 이렇게 저렇게 인연이 깊다. 한 대표는 "짧지만 신문사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신문사 건물은 윤전기를 설치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하는 게 관건인데, 다른 에이전트들은 그런 노하우를 알 수가 없었다"고 귀띔했다.

한 대표는 기자 선배로서 중앙일보 기자들이 한인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함은 물론 원숙한 시각으로 사건을 재해석하는 냉철한 필력을 뽐냈으면 하는 당부를 했다. 또한, 장년의 중앙일보는 치우치지 않지만 시대변화에도 빠르게 적응함으로써 커뮤니티의 오피니언 리더다운 모습을 유지해 주기를 바란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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