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마 150」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데탕트와 평화공존의 시대가 정착되는 한해로 예상되어온 새해벽두부터 2대의 리비아 전투기가 격추되면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칼루치」미 국방장관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양국 긴장의 배경에는 리비아의 화학무기공장 「파마 150」건설이 짙게 깔려 있다.
이미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은 트리폴리 남쪽66km지점 라브타에 건설중인 거대한 화학무기공장이 신경가스와 겨자가스를 생산, 중거리미사일이나 공중 급유 능력을 갖춘 전투기에 수송해 이스라엘 상공에서 투하할 가능성을 우려해왔다.
게다가 7일이면. 세계 1백47개국이 참가하는 화학무기 군축 파리국제회의가 열리는 시점에서 리비아의 「파마 150」이 세계인의 입방아에 오르게 되었다는 사실은 그냥 우연한 일이라고 넘기기에는 기막히게 타이밍이 맞아떨어지고 있다.
화학전의 참상은 이란-이라크전이 끝난뒤 양국 국경지역에 살았던 쿠르드족의 할바자시 유엔진상조사단과 의료팀의 보고서에서 극명하게 드러난 적이 있다. 의료팀의 「자크·드·밀리아노」는 현장을 『청산가리탄·겨자탄 공격을 받은 사람들은 우물에서 물을 긷다가,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거리를 걷다가 그냥 쓰러져 30초 이내에 모두 숨겼다』고 보고했다.
이 끔찍하고 전율할 화학무기는 ①독물(독가스·독약)②발연제 ③발색·발광제 ④소이제로 분류된다. 몇해전 소련이 북한에 공급했다는 사린가스나 겨자가스·청산가리가스 모두 ①항의 독물성 화학무기에 속한다.
최근의 유독가스는 1934년 독일의 바이엘 제약회사가 살충제로 개발한 것이「히틀러」의 명령에 따라 살인가스로 둔갑되어35년 「테프」, 36년 「데브흐」, 37년「타분」, 39년「사린」, 43년에 「호리돌」이라는 이름으로 그 맹독성을 떨쳤다.
이 일련의 독가스를 G가스(German Gas)라 부른다.
수소폭탄5t의 피해 면적이1백90∼2백60평방km인데 비해 최근의 G가스탄은 5t으로 2백60평방km의 살상효과를 낼 수 있다고 한다. 화학무기의 가공성이 수소폭탄을 능가하는 셈이다. 화학무기의 사용을 금지한 1925년의 제네바 의정서를 재확인할 파리 국제회의에서 「파마150」의 향방이 주목되어야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