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의 첫 추석, 엄청 즐거워요."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복덩이' 외국인 선수들이 즐거운 추석 연휴를 보냈다.
23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한화 이글스 경기에 앞서 의미있는 시구와 시타가 이뤄졌다. 한화 4번 타자 제러드 호잉(29·미국)의 아내 티파니 호잉(29)과 한화 투수 데이비드 헤일(31·미국) 아내 메건 헤일(29)이 각각 시구와 시타를 했다. 둘은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그라운드에 나왔다.
한화 관계자는 "추석 연휴에 홈 경기가 열리면서 외국인 선수들의 가족이 시구와 시타를 하는게 의미가 있을 것 같아 준비했다. 두 선수의 아내에게 추석빔으로 한복을 선물했다"고 전했다. 이날 호잉은 아내의 옆에 서서 시구를 지켜봤고, 헤일은 포수로 변신해 두 부인을 응원했다.
헤일 아내 메건은 "남편이 서보지 못하는 타석에 서게 돼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다"며 "한국의 추석에는 많은 가족들이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고 들었다. 한국인들이 보내는 첫 명절을 한국에서 함께 보낼 수 있다는 것이 매우 즐겁다. 거기다 한복은 정말 아름답고 환상적"이라고 말했다.
22일에는 한화 열혈 팬이 추석을 맞이해 호잉의 딸 칼리(3) 호잉에게 한복을 선물했다. 서울에서 가족과 함께 한화 홈구장을 찾은 이재경(40)씨는 칼리에게 한복을 비롯해 꽃신, 복주머니 등을 전달했다. 이씨는 "올해 한화의 경기 관람만 수십 차례했다. 특히 호잉의 활약이 인상적이라서 호잉 딸에게 선물을 하고 싶었다. 고심 끝에 칼리에게 딱 맞는 한복으로 준비했다"면서 "호잉이 영원한 한화의 4번 타자로 남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 전했다.
딸에게 한복을 입혀준 티파니는 "남편은 물론 딸까지 신경써주는 한화 팬들이 감사하다. 최근 웹 검색을 통해 한국의 추석이라는 명절을 알게 됐다. 미국의 추수감사절과 비슷한 의미라고 들었는데 이런 명절을 한국에서 함께 즐기게 돼 뜻깊다. 나와 칼리 모두 아름다운 한복을 입을 기회가 생겨서 기쁘다"고 말했다.
호잉과 헤일은 올해 한화의 11년 만의 가을야구를 이끌고 있다. 호잉은 타율 0.315, 29홈런, 105타점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팀 내 타율, 홈런, 타점, 득점, 안타, 장타율 등이 전부 1위다. 특히 결승타를 14개나 쳐 한화의 해결사로 자리매김했다. 헤일은 지난 7월 부진했던 제이슨 휠러를 내보내고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이후 9경기 선발로 나와 3승(2패), 평균자책점 4.14를 기록하고 있다.
대전=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