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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건-카다피 「자존심 대결」재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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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워싱턴=한남규 특파원】미국은 전투기 격추가 공해상에서의 자위행위이고 최근 리비아의. 화학무기 공장건설을 둘러싼 대립과는 무관하다고 주장, 이번 사건은 독립된 우발사고라고 해명하고 있다.
사실 미 측 공식설명대로 우발적인 별개사고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미 측의 엄중한 경고와 이에 대한 리비아의 비상경계 태세 등 최근 급작히 조성돼온 화학무기관련 긴장이 이번 사고의 배경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미 국방성은 지중해에 배치된 6함대의 정상발진 전투기에 대해 리비아전투기가 공격적인 형태로 접근해왔다고 자위행위를 정당화하고 있다.
그러나 미 항공모함이 리비아 영해로 접근한다는 사실 자체가 모종의 사태를 예고하는 것이었고 실제로 「레이건」대통령은 최근 한 텔레비전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화학무기생산과 관련, 리비아에 대한 무력조치를 검토하고 있음을 공개했다.
이로 인해 리비아의 전투기 조종사들이 하루24시간비행기에 탑승, 대기하는 등 초비상사태에 돌입해있다는 사실을 알고있는 미국으로서는 「자위」행위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 인가도 역시 충분히 예상하고있었다는 점등을 고려할 때 이번 사건과 최근 긴장상태는 무관한 게 아니다.
「로버트·돌」공화당상원원내총무 같은 사람은 『리비아가 미국병력을 위협하는 일이 있을 때 미국은 즉각 방어한다는 사실을 이제「카다피」는 명백히 인식하게됐을 것』이라고 미 군사조치를 옹호하는 등 대체로 의회반응도 긍정적이다. 우발사고에 대한 반응으로서는 훨씬 적극적이다.
리비아국가원수 「카다피」대령에 대한 미국의 적개심과 강박관념은 비교적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특히 「레이건」대통령은 집권 초기부터「카다피」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당시 「윌리엄·케이시」CIA국장과「알렉산더·헤이그」국무장관은 그를「미국에 대한 위협」으로 공식 규정했다.
양국관계가 본격적으로 악화된 것은 작년부터다. 당시 미6함대의 F14기 2대가 리비아의 수호이전투기 2대를 격추시켰다. 미 측 도발행위가 없는 상태에서 리비아 기가 공격했다는 이유였다. 양국 간 무력행위의 첫 번째 사건이다.
그 후 리비아는 시드라만 전역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 미 측이 군함을 이 수역에 파견하는 것은 주권침해라고 나섬으로써 영해분쟁으로 번지고 이 과정에서 「카다피」는 미국의 공적1호로 굳어졌다.
그런 가운데 리비아가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테러활동이 자주 일어났다. 로마공항 테러사건·빈 공항 테러사건에 이어 베를린의 디스코 장 폭발사고 등으로 이어졌다. 특히 베를린 디스코장 사건에서는 미 병사 1명의 사망자도 포함됐다.
베를린 사고가 발생하자「레이건」대통령은 86년 4월 15일 리비아의 트리폴리와 벵가지에 대한 공습을 명령했다. 미 공습목표는 실제로 「카다피」대령이었을 정도로 미 측 흥분은 극도에 이르렀다. 이 공습으로 1백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그러나 막상 국제테러의 중심지는 레바논이었고 레바논 테러기지를 가장 많이 활용한 것은 시리아로 알려져 있었다.
「카다피」가 미 공격목표로까지 부상된 것은 그가 미국에 대해 거침없는 적개심을 드러내고 시드라만을 「사수선」으로 지적, 그와 리비아국민은 죽음을 각오하고 미국에 대항하겠다고 떠들었기 때문이다.
「카다피」는「나세르」이집트대통령의 뒤를 이러 위대한 아랍지도자로 아랍과 세계혁명의 새로운 리더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세계도처에서 연발하는 테러행위의 응징대상을 찾고있었을지도 모르는 「레이건」에게 도전의 구실을 「카다피」는 스스로 제공하고 나선 셈이다.
그러나 「레이건」의 리비아 공습 응징이후 「카다피」는 아랍세계 안에서조차 인기가 떨어지고 그 스스로도 이를 인식, 상당한 행동의 자제를 보여왔다.
최근 「아라파튼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이 이스라엘을 인정하는 조치를 취했을 때 상당한 반발을 보일 것이란 예상을 깨고 침묵을 지켰고 팬암기 폭발사건에 대한 반응도 절제된 것으로 평가되고있다.
그러나 과거 예측불가의 불안정한 행동으로 이목을 끌었던 「카다피」가 이번 미 무력조치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카다피」는 즉각 미국의 테러행위를 규탄하고 보복을 다짐하고있다.,
한편 소련은 사건에 대한 직접 논평을 피하면서도 점차 개선돼오던 미소강대국 관계에 대한 「심각한 타격」으로 이번 미국의 리비아 전투기격추사건에 대한 유감을 나타내 최근의 화해분위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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