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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통해 불상사 방지|우리 사주로 한몸 확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종업원 1만4천여명의 대기업이고 27년 역사의 노조가 있으면서도 80년대 들어 노사분규가 없었던 기아산업.
지난해 8월9일 이 회사의 광명소새 공장에서 가벼운 농성사태가 있었다.
3백여명의 근로자가 6년여기간 재임해온 노조집행부를 직선으로 재구성할 것을 요구하며 퇴근시간에 맞춰 농성을 시작했다. 김선홍사장(57)이 서울 본사에서 바로 달려와 중재에 나섰다.
『회사가 하루 멈추면 60억윈원 매출이 줍니다. 게다가 연관업체의 20만명에게 당장 영향이 가시않습니까.』
『그래서 우리도 저녁에 시작했읍니나. 우리도 사장님 이상으로 회사를 사랑합니다.』
대화의 실마리가 풀리고 있었다.
밤을 새운 토론끝에 당시의 노조위원장이 『회사가 깨지지 않도록 내가 물러나겠다』고 양보했다. 공장은 16시간만에 정상화됐다. 기아산업 노사관계의 저력이 다시금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결국 직선을 통해 유호영씨(38)를 새위원장으로 하는 「민주노조」가 결성됐고 새 집행부는 11월중순 동종업계 대비부족분에 대한 임금조정을 요구, 임금협상이 시작됐다. 협상은 7차까지 계속될 정도로 난산이었으나 노조는 그 흔한 플래카드 하나 걸지 않았고 조합원들도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 결국 일급 7백원 인상에 평화롭게 합의가 이루어졌다.
88년 봄의 임금협상도 마찬가지였고 오히려 부품업체의 노사분규에 임원진을 보내 중재할 정도였다.
기아의 힘은 69, 79, 81년등 회사의 위기때마다 노사가 한몸이 되어 극복해온 전통에서 비롯됐다고 말해진다.
81년의 합병위기때는 종업원들이 임금인상액과 상여금을 반납하기도 했다.
전종업원의 주주화(74년시작)로 우리사주가 전체주식의 14%를 차지, 종업원이 최대주주이며 소유와 경영이 완전분리된 전문경영체제다. 63억원의 사내복지기금을 운영하고 있고 적극적인 경영실적공개제도, 경영진과 생산직사원의 잦은 대화모임등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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