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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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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7면

최근 소련신문엔 「마피아」란 말이 자주 등장하고, 이들의 횡포가 보도되고 있다.
조직폭력배들은 새로 문을 연 협동기업등 자영기업을 보호해준다는 구실로 돈을 뜯고, 심지어 마약·매춘등에 손을 대고 있으며 이같이 불법으로 번 돈을 협동조합등에 투자해 합법적인 돈으로 세탁하기도 한다.
이같은 현상을 주간 모스크바 뉴스지는 『우리도 한발짝씩 미국을 닮아가고 있다』고 개탄했다.
모스크바의 자영기업인 한협동조합 식당 지배인은 지난해 5월 『당신네 식당은 우리조직의 관할권 안에 있다. 당신은 매년 3백루블 (4백89달러) 씩을 내야한다. 불응할경우 유리창이 남아나지 않을 것이며 집세도 4백루블로 올라갈것』 이란 협박편지를 받았다.
이 지배인은 경찰에 신고해 돈을 받으러온 조직폭력배 2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그러나 이들은 곧 물러났다. 소련의 공갈 협박에 관한 법률은 국영기업만 보호할뿐 작년에야 합법화된 개인기업에는 보호규정이 없기 때문이었다.
프라우다지는 이를 『하나의 모순』이라고 지적하고 『정부가 개인기업 설립뿐 아니라 법적 보호조치도 하라』고 촉구했다.
조직폭력배들은 이같은 허술한 법망때문에 더욱 기승을 부리고 이 모순은 많은 새 기업들이 이익의 상당부분을 소련판 마피아에 갖다 바치게 하고 있다.
조직폭력배들의 등장은 개혁을 비판하는 세력들에 개혁반대논리를 제공해주고 있다.
이들은 『협동조합과 같은 자유주의적 개혁이 마피아나 등장시키는등 자본주의적 병폐를 배태시키고 있다』며 개혁의 중단이나 완화를 주장시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고르바초프」의 개혁지지자들은 마피아는 개혁때문이 아니라 개혁에 반대하는 교조적 관료들 사이에 뇌물이 통함으로써 이들이 수사망을 피할수 있어 더 늘어난다고 반박한다.
올해 우즈벡에서 마피아소탕 임무를 맡았던 수사관 「텔만·그들랸」씨는 뇌물을 받은 관리들의 노골적인 수사방해행위를 소련 텔리비전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폭로했다.
현재 소련에는 약2백여개의 마피아 조직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로프」씨에 따르면「스탈린」시대엔 발도 못붙이던 마피아가 「흐루시초프」 시절 등장하기 시작, 「브레즈네프」 집권시 부정부패가 만연되면서 뿌리를 내렸다.
이들은 세력확장을 위해 조직끼리 유혈 총격전을 벌이기도 한다.
소련의 마피아 두목은 전설적인 미국의 「알·카포네」와 같이 기업에 정보망과 「주먹」들을 배치, 자신의 영향력아래 두고 있다.
소련의 「대부」는 살인청부업자를 고용하는데 5만달러를 내놓기도 하고 카드 한판에 75만달러를 걸기도 하며 조직보호를 위해 관리들에게 1백만달러의 뇌물을 바치기도 한다는 것이 「구로프 」씨의 말이다. 통상 이익의 3분의2를 뇌물로 바치는 것으로 알러져 있어 이들의 수입이 엄청남을 알수 있다.
협동조합과의 제휴(?)는 최근 마피아의 역점사업이다.
재산보호의 댓가 지불을 거절하는 사람을 관속에 집어넣고 톱질을 하는 마피아도 있다. 업자가 돈을 내겠다고 하면 그제서야 톱질을 멈춘다.
사기업을 폭력배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관계법이 개정될 예정이지만 일제소탕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기본장비가 부족하기도 하지만 관리들이 공개수사가 소련의 대외이미지를 실추시킨다는 이유로 수사에 협력하지 않거나 공공연히 방해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개방정책에 따른 마피아 등장은 한 사회가 다른 가치를 수용하는데 그 장점만을 취할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안남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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