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장발 → 80년대 이념서적 "요즘 캠퍼스선 음주단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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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18일 오후 10시부터 19일 오전 2시까지 4시간 동안 전국 150개 대학 정문 앞에서 일제 '검문검색'을 벌였습니다. 대학가에서 경찰이 검문을 하는데도 학생들의 반발은 없었지요.

검문 양태도 달랐답니다. 검문 대상자의 가방을 뒤지는 게 아니라 음주측정기를 들이댔습니다. 음주운전자를 적발하는 게 목적이었지요. 대학 정문 앞에서 음주운전 단속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대학가의 검문검색은 1970년대 장발과 반정부 시위 단속, 80년대 이념서적과 운동권 적발 등으로 이어져 왔지요. 하지만 2000년대의 오늘은 '음주단속'이 새로운 검문검색 풍속도로 떠오른 것입니다. 세태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는 풍경이라고 할 수 있네요.

경찰은 이날 대학 당국의 협조를 받아 37명의 음주운전자를 적발했지요. 이 가운데 33명은 대학생, 4명은 교직원이었지요. 대전 H대학 황모(24)씨의 경우 혈중알코올농도 0.098% 상태에서 차를 몰다 들통이 났습니다. 축제 기간을 맞아 교내에서 술을 마신 뒤 운전한 것이겠지요. 지역별로는 충남이 11명으로 가장 많았다고 하네요. 차량 음주운전자뿐만 아니라 술 마신 오토바이 운전자도 상당수 있었지요.

요즘 대학 캠퍼스는 '음주운전 해방구'와 다름없다고 합니다. 부산의 K대학에선 이달 들어 두 차례의 음주운전 사고가 일어났지요. 2일 정모(26)씨가 만취한 상태에서 몰던 차량이 뒤집혀 1명이 숨지고, 3명이 중경상을 입었습니다. 이어 13일엔 김모(26)씨가 음주운전으로 보행자를 치어 5명이 크게 다쳤지요.

대학생에 의한 음주운전 교통사고는 2004년 715건에서 지난해 746건으로 약간 늘었습니다. 경찰청 관계자는 "요즘 대학가 축제 시즌을 맞아 음주운전이 부쩍 늘었다. 일반인의 대학 구내 음주운전도 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고 경찰이 대학 구내에서 음주운전 단속을 할 수는 없습니다. 대학과 학생 측의 반발도 있지만 법률적 제약 탓이지요. 대학 구내 도로는 도로교통법상 도로가 아닙니다.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권을 행사할 수 없는 지역이라는 뜻이지요. 실제로 사고가 난 부산 K대학의 음주운전 교통사고 가해자들은 다른 음주운전자들이 받는 면허정지.취소나 벌금 등 처벌을 면했습니다. 하지만 대학 구내라도 사고를 내면 교통사고 처리에 관한 특례법을 적용받지요. 사망 사고의 경우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됩니다.

경찰은 앞으로 대학가 주변에서 음주단속을 지속적으로 실시하는 한편 특정 시간대엔 캠퍼스 내 차량 출입을 통제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참고로 혈중 알코올농도가 0.05~0.1%이면 면허 100일 정지와 벌금을, 0.1% 이상이면 면허 취소와 벌금을 각각 감수해야 합니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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