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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중 의례도 일종의 연극이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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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사진=김성룡 기자]

신선희(61.사진) 국립극장장이 '한국 고대극장의 역사'를 냈다. 그의 전공인 무대미술에 대한 식견과 경험이 녹아든 책이다. 첫 여성 국립극장장으로 취임한 지도 벌써 5개월이 지났다. 16일 여름이 성큼 다가온 남산에서 신 극장장을 만났다.

-책을 쓴 동기는.

"서울예대.중앙대 등에서 극장사(史)를 강의해 왔다. 늘 서양극장사만을 가르치다 보니 '동양의, 한국의 극장은 어땠을까'라는 물음을 갖게 됐다. 난 전문학자가 아니다. 하지만 예술가로서 학자와는 또 다른 체험과 창작 활동, 상상력이 있다. 새로운 '무엇'이 탄생하지 않을까 싶어 손을 댔다. 6년 걸렸다."

-얘기하고 싶은 내용은.

"서양의 시각으로만 극장을 보지 말자는 것이다. 서사적 구조를 갖춘 가면극이나 인형극.판소리만을 전통 연극으로 볼 필요가 있을까, 놀이문화로 볼 수 있는 산대잡희나 궁중의례도 극장문화의 변형이 아닐까, 이런 생각에서 연구했다. 열린 사고로 접근하면 우리의 극장은 엄청난 깊이와 역사를 지닌다. 자연공간의 제장(祭場), 삼국시대 의례악의 공간연출, 고려시대 국가의례 축제극장 등을 말하고 있다."

-자료 수집이 어려웠겠다.

"당연히 극장에 대한 자료는 없다. 향가 등의 문학작품에서 극장을 상상해 낼 수밖에 없다. 비슷한 시기 일본.중국 문헌을 많이 참조했다. 책에 나오는 고대 극장공간 추정도 8점을 직접 그렸다. 고분벽화와 유물을 많이 참고했다. 객관적 분석과 예술적 영감이 결합한 셈이다."

-지난 5개월의 소감은.

"사람 차별을 안 하고 배경도 따지지 않았다. '조용함 속의 질서'랄까, 극장 전체에 안정감이 생겼다고 자부한다. 국립극장은 돈을 벌기 위한 극장이 돼선 안 된다. 전통예술에 대한 존중과 함께 21세기적 실험이 꿈틀거리는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

-구체적 계획은.

"민간과 함께하겠다.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와 손을 잡고 청소년이 즐길 수 있는 역동적 축제(내년 5, 6월)를, 서울국제공연예술제.서울세계무용축제(시댄스)와 협력해 정통 예술제(내년 9, 10월)를 만들겠다. 공연예술의 데이터베이스화도 급선무다. 7월부터 창극.연극.무용.음악 분야의 학예사를 선발해 자료 수집에 나설 것이다. 임기 안에 공연예술자료관의 토대를 구축하겠다."

글=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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