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즐겨읽기] 일하는 엄마의 성공 마인드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성공한 엄마들은 어떻게
그 많은 일을 했을까?

원제:How She Really Does It:
The Stay-at-Work-Mom's
Guide to Happiness

웬디 삭스 지음, 한은숙 옮김

에코의서재, 312쪽, 1만1900원

미국 ABC 방송의 인기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Desperate Housewives)’에는 광고회사 부사장으로 일하는 리넷이라는 여성이 등장한다. 리넷은 무려! 네 아이의 엄마다(젖먹이 포함). 그중 쌍둥이 아들은 도저히 부모 힘으로 제어가 안 되는 ‘에너자이저’들이다. 집은 늘 어수선하다. 싱크대에는 더러운 접시가 쌓여 있고 남편의 와이셔츠 단추는 떨어진 채로 한 달 넘게 방치되기 일쑤다.

사장은 늘 그에게 잔업을 기대한다. 아이들을 잠깐씩이라도 봐줄 사람들을 구하는 것은 리넷에게 기발한 광고 시안을 짜내는 것만큼이나 중차대한 일이다. 『성공한 엄마들은 어떻게 그 많은 일을 했을까?』는 이 시각에도 일과 육아를 병행하느라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전 세계의 ‘리넷들’을 위한 책이다.

'성공한'이라는 말에 지레 기 죽을 필요는 없다. 세계적 웨딩드레스 디자이너 베라 왕,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제인 스위프트, 자신의 이름을 딴 화장품 브랜드로 대성공을 거둔 바비 브라운, 인기 TV 시리즈 '섹스 앤 더 시티'의 주연 신시아 닉슨 등 유명인들의 경험담도 일부 포함돼 있긴 하다. 그렇다고 두 마리 토끼 다 잡고 회심의 미소를 짓는 슈퍼우먼들의 성공 신화는 절대 아니니 평범한 워킹맘들, 도끼눈 뜰 필요 없다. 사실 원제에도 '성공한'이라는 말은 없다.

미국 NBC 방송 '데이트라인'의 부제작자를 지내고 현재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저자 웬디 삭스는 '일하는 엄마가 행복해지는 비결'을 알려준다(이 책의 부제이기도 하다). 그는 2년에 걸쳐 심리학자.홍보담당자.교사.변호사.사업가.방송인 등 여러 직업에 종사하는 워킹맘 100여 명을 인터뷰했다. 아이를 둘이나 셋, 혹은 그 이상 낳으면서도 맹렬히 일터를 휘젓고 다니는 여성들은 도대체 어떤 식으로 일과 육아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일까? 이런 의문이 인터뷰의 출발점이 됐다.

각기 처한 상황은 다르지만 이들의 한결 같은 대답은 "회사와 가정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때로는 야망을 일부 접어야할 수도 있고 계획을 수정해야 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일에서 얻을 수 있는 무형 자산인 활력과 보람을 양보하지 않는 것이다. 책은 구체적 노하우로 일할 때는 일만, 집에 가서는 아이와 가사만 생각할 것, 완벽한 엄마가 못된다고 자신을 괴롭히지 말 것, 일과 육아 사이에서 매몰되지 말고 그 중심에 설 것 등을 제시한다.

이들 상당수가 균형 잡는 과정에서 크게 도움을 받았던 훌륭한 보육시설, 남편의 헌신적 외조는 아직 한국의 워킹맘들에게는 괴리감 느껴지는 얘기이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 말마따나 "일터에 남기로 결정한 엄마들을 위한 책"으로서 꽤 현실적인 제안을 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일이건 육아건, 혹은 둘 다이건, 피할 수 없다면 즐길 일이다.

기선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