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산업에 눌려 민생 기술 낙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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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소련의 민생과학 기술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최근 한-소간에 다각적인 접촉이 활발해지면서 과학기술 교류도 가능할 전망이다.
개방정책과 현대화를 추구하고 있는 「고르바초프」는 과학기술 발전을 핵심과제의 하나로 선정, 강력한 추진의지를 밝히고 있다.

<실태>
소련은 과학기술의 불균형이 극심하다.
우주·군사기술은 세계를 선도하나 민생기술은 현저히 처져있다.
우주 왕복선을 개발했지만 최신의 자동차를 제대로 못 만든다.
이런 불균형은 국가주도로 과학기술 개발이 추진되는 공산국가의 공통적인 현상으로 소련이 대표적이다.
「고르바초프」는 소련이 과학은 물론 사회·경제의 불균형과 경직으로 위기에 처해있다고 보고 개방과 혁신을 내세우고 있는 셈이다.
소련은 86년 현재 3천2백여 개 소의 연구기관과 1백51만여 명의 과학기술자를 보유하고 87년 국민총생산의 5.2%를 연구개발비로 쓰고있다.(한국 2.2%)
반도체의 경우 2백56KD램(한국 1메가D램)을 생산하는 단계이며 컴퓨터 기술도 미·일에 비해 훨씬 뒤떨어져 있다.
이 두 분야의 취약점은 현재 소련의 과학기술이 도약하는데 치명적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공장 자동화·민생용 전자기술·산업 로보트 등은 초보단계를 면치 못하는 실정이다.
자동차 산업도 뒤쳐져 87년 소련에서 가장 많이 팔린 히글리거는 이탈리아의 피아트 72년형과 비슷했다.
소련이 한국의 기술에 눈독을 들일만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주정거장 등 우주·항공기술은 서방세계가 놀랄 만큼 앞서가고 있다.
차세대 원자력발전으로 유망하고 핵연료의 수명을 70배 이상 늘리는 고속증식로 기술도 뛰어나다. 소련은 이미 실용 고속증식로를 건설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과기처 유희열 기술이전담당관은 『소련은 개발 기술의 70%가 사장되고 있다고 자체분석하고 있다』며 『일부 기술은 우리에게 상당히 유용할 것으로 추측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미국의 일부회사는 소련의 중공업 기술을 도입하기도 한다.

<변화>
소련은 70년대 말부터 과감한 과학기술 드라이브 정책을 펴고 있다.
79년3월 정치국원이 포함된 새로운 과학기술위원회가 창설됐으며 그 해 4월1일에는 최초로 과학의 날을 선포하고 특별상을 시상했다.
「고르바초프」는 기회 있을 때마다 연구개발의 결과가 산업에 응용되도록 강조하고 인센티브와 서구식 평가제도를 과학기술자에 적용토록 했다.
소련은 또 산업에 품질관리의 개념을 도입하고 컴퓨터시대에 대비해 교육제도를 전반적으로 개편중이다.
이밖에 서방과의 기술교류와 정보활동을 통해 첨단기술의 획득을 노리고 있다.
이탈리아의 올리베티사는 금년 2억8천5백만 달러(약1천 9백40억 원)의 공작기계공장 건설계약을 체결했으며 서독도 지난10월 ▲원자력 발전소 ▲산업용 로봇 등의 합작을 체결했다. 따라서 한국과의 교류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서방과의 교류는 미국의 강력한 제동으로 애로를 겪고 있다. 미국은 현재 소형컴퓨터공장의 소련 진출도 허가하지 않고 있다.
아무튼 소련은 국방산업의 개발속도를 늦추더라도 과학기술의 현대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 확고해 그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장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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