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경제 새 청사진 절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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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내년 이후 개방압력이 농산물에 집중될 것은 불을 보듯 명백하다.
올해 국제수지 혹자규모가 1백40억 달러에 달하고 내년에는 한국이채무국에서 채권국으로 전환될게 분명하다.
그러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우리가 수출의 40%를 의존하고 있는 미국은 무역적자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미국은 대미 흑자 국들에 환율과 개방압력을 넣고 여간 힘을 쏟고있으나 무역적자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한국이 공산품은 선진국수준인 95%까지 개방하여 미국은 이제 서비스·지적소유권·농산물에 개방압력을 더 가중시킬 것이다.
미국은 우리의 공산품 수출을 담보로 한국이 농산물수입을 안 늘리면 공산품의 대미수출을 제한하려한다.
새로 종합무역 법을 만들어 미국은 그들 나름대로의 「불공정무역」을 규정해놓고 무역흑자 국들의 목을 죄고 있으며 이로 인해 한미통상마찰이 더 격화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보아야 한다.
미국은 양담배·쇠고기에 이어 쌀·과일·목재 등 관심품목을 제시하며 이미 우리시장의 개방에 관해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으며 내년 들어가면 더욱 구체적으로 협상을 서두를 것 같다.
문제는 우리의 선택이다. 농산물시장 개방의 충격은 공산품과는 비교가 안 된다.
아직도 인구의 2할 이상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어 농산물시장을 개방하게되면 국내 농업이 결정적으로 타격을 받는다. 우리 사정이 그렇다고 빗장을 걸어 잠근 채 있을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한국이 미국농산물 수입의 4번째 큰 고객인데도 미국은 농산물시장의 폐쇄성 때문에 더 못 판다고 보고있다.
우리의 농업에 피해를 덜 주면서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는 수밖에 달리 타협의 길이 없다. 그러나 쇠고기·양담배 수입개방 때 보았듯이 우리 농민들의 저항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농민들의 목소리는 공산품을 수출하기 위해 농산물을 희생시키는 것이라는 불만이다.
그 동안 산업정책이 공업위주여서 농업이 소외당했는데 이제는 농산물시장 개방으로 농촌이 피폐화 될 위험이 적지 않다. 개방압력을 넣고있는 미국의 농업은 비교우위에서 우리와는 상대도 안 된다. 영세성에 허덕이는 우리의 농업은 어떻게 할 것인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미국의 개방압력은 우리 손으로 풀지 않으면 안 되는 게 현실이다. 농산물 개방충격을 어떻게 최소화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만 남는다. 농산물시장 개방의 불가피성을 시제로 농산물시장 개방에 미리 대비해야 된다. 정부에서 농산물수익 예시화 계획 외에 전면적인 중-장기계획을 강구키로 한 것은 그 일환으로 이해된다. 농산물시장 개방에 앞서 농민들로 하여금 그에 대비케 하는 것이 절실한 과제가 되었다.
개방전략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농산물시장 개방 후 농업·농촌문제를 어떻게 유지, 발전시키느냐 하는 문제나. 중·장기적인 농업의 비전을 농민들에게 제시해야 한다.
경제적 영농과 농민들의 소득증대를 위한 확고한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농업경제의 부양을 위한 대담한 간접투자를 고려해야할 것이며 농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농민들의 농외 소득증대를 위해 획기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정부는 농업정책의 청사진을 다시 만들어 제시함으로써 국민의 걱정을 덜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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