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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보증금발 신용경색’ 우려에 “보증금 반환용 1주택 주담대 허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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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집값 과열 현상이 강남 3구와 용산·여의도를 넘어 서울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1~2주 만에 1억원씩 뛰는 단지도 잇따른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강남권 일대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집값 과열 현상이 강남 3구와 용산·여의도를 넘어 서울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1~2주 만에 1억원씩 뛰는 단지도 잇따른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강남권 일대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지방 근무를 하고 있어 서울 마포구의 32평 아파트를 5억7000만원에 전세주고 있는 A씨. 전세 계약이 끝나는 11월에 현 세입자인 B씨가 이사를 가겠다고 해 새로운 세입자를 찾고 있지만  ‘9ㆍ13 부동산 대책’ 이후 걱정거리가 생겼다. 계약 기간 만료 전까지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면 전세 보증금을 돌려줄 길이 막막해서다.

계약 만료 집주인ㆍ세입자 “휴~” #대책 발표전 계약, 이후 신청해도 #보증금 반환 목적 주담대는 가능 # #2주택자 임대인 주담대 막힌 탓에 #임차보증금 반환 문제 생길 수도 #주택값 떨어진 지방 ‘역전세’ 우려

 기존에는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도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전세 보증금을 마련했지만 이번 대책에 따르면 1주택자인 A씨도 생활안정자금으로 1억까지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B씨도 전세 보증금을 받아야만 새로 이사가는 곳의 잔금을 치를 수 있어 두 사람의 고민이 컸다.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고 받아야 하는 A씨와 B씨가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게 됐다. 임차보증금 반환 용도의 가계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어서다. 은행연합회가 17일 배포한 ‘은행권 실무 FAQ’에 따르면 1주택자라도 임차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한 가계 주택담보대출은 허용된다.

 다만 임대를 준 주택 가격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허용 기준은 다르게 적용된다. 고가주택이 아닌 경우 1주택자가 빌려준 본인 주택에 전입하거나 새로운 세입자와 계약하기 위해 기존 세입자에게 임차보증금을 반환할 용도로 주택담보대출을 신청하면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고가주택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1주택자가 임대를 주던 본인 주택에 전입할 목적으로 기존 세입자에게 임차보증금을 반환하려고 할 때만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다.

 다만 1주택자가 해외 근무 등 불가피한 사유로 입주가 어렵거나 이에 준하는 사유가 명백하다는 걸 입증하면 예외 인정이 가능하다고 은행연합회는 설명했다.

 대책이 발표된 13일 이전 임차보증금 반환과 관련한 계약을 맺었더라도 1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은 가능하다.

 예를 들어 기존 세입자와 전세금 3억원의 계약을 맺었던 집주인이 대책이 발표되기 전인 5일에 새로운 세입자와 보증금 1억원, 월세 60만원의 새로운 계약을 맺은 경우 전세보증금 반환에 부족한 2억원을 대출받으려고 할 경우 13일 이후 대출 신청을 하더라도 취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임차보증금 반환 용도라면 1주택자라도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40%, 조정대상지역에는 LTV 60% DTI 50%, 조정대상지역 외 수도권에는 LTV 70% DTI 60% 규제가 적용된다.

 임차보증금에 한해 1주택 임대인의 숨통을 틔워주는 건 ‘전세보증금발 신용경색’의 위험 때문이다. 1주택자 임대인의 주택담보대출이 막히며 보증금 반환 지연이나 불이행이 발생할 수 있다.

자산대비 부채비율 100% 초과 임대가구 비중. 자료: 한국은행

자산대비 부채비율 100% 초과 임대가구 비중. 자료: 한국은행

 이렇게 되면 세입자의 다른 부동산 계약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고 전세자금대출 상환도 어려워진다. 대출 부실과 채무 불이행, 거래대금 지급에 차질이 빚어지면 부동산 시장과 금융 시장의 일대 혼란으로 번질 수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6월 발표한 ‘최근 전세 시장 및 대출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월말 기준으로 시산한 전세보증금(보증부 월세 포함) 규모는 687조원으로 추정된다. 전세가구 보증금은 전체의 75%인 512조원, 월세가구 보증금은 175조원(25%)이다.

 한국은행은 “전세계약은 사적 계약이지만 대출 규제 등으로 인해 임차보증금 반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금융 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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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숨구멍은 텄지만 ‘전세보증금발 신용경색’ 위험은 여전하다.

 또 다른 뇌관으로 꼽히는 건 2주택자의 임차보증금 반환이다. 본인이 사는 집 외에 서울 방배동의 32평 아파트를 5억원에 전세주고 있는 C씨가 그런 경우다.

 12월 전세 계약 만료를 앞두고 현 세입자가 집을 빼겠다고 알려지만 계약 기간 전에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면 은퇴자인 C씨가 보증금을 조달할 길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C씨는 “생활안정자금은 1억원밖에 대출받을 수 없게 돼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2주택 이상 임대인을 중심으로 전세보증금 반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부동산과 금융 시장에 신용경색이 도미노처럼 퍼져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융자산대비 부채비율이 100%가 넘는 다주택 임대가구는 전체 임대가구의 34%를 차지했다. 전세가격이 급락하거나 임대보증금 반환용 대출이 막히면 유동성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큰 셈이다.

 주택가격이 급락하는 지방 부동산 시장도 또 다른 위험 요인이다. ‘역전세’에 따른 임차보증금 반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한국은행 울산본부가 11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울산 지역의 지난달 주택가격은 1년전보다 4% 하락하며 전국에서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전세 가격도 지난해 말보다 5.5% 하락하면서 ‘역전세’ 가능성이 커졌다.

 2주택 이상 임대인의 대출 제한과 지방 집값과 전세값 하락에 따른 역전세 현상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전세보증금반환 보증보험’등에 가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전세계약 종료시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운 상황이 됐을 때 보증기관이 대신 전셋값을 내주는 상품이다.

 SGI서울보증보험 관계자는 “매매가 대비 전세금의 비율(전세가율)이 70%를 넘긴 곳이 많아지고 전세금 액수가 커지면서 보험에 가입하는 세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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