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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현옥의 금융 산책] 자본 유출 우려는 기우?… 금리 역전 폭 커져도 한국 채권 쓸어담는 외국인

중앙일보

입력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트레이더가 거래를 하고 있는 모습. 이날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 한 때 3%를 돌파했다. [UPI=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트레이더가 거래를 하고 있는 모습. 이날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 한 때 3%를 돌파했다. [UPI=연합뉴스]

 한국과 미국의 금리 역전 폭 확대에 따른 자본 유출 우려는 기우일까.

한국과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 #18년만에 역전 폭 최대수준으로 #미 6개월 금리, 한국 10년 앞서 # #8월 외국인 상장채권 보유액 #114조3000억원, 사상 최대치 #저금리 기조, 한국 국채 매력 ↑ #

 양국의 시장 금리 격차가 18년만에 최대 수준까지 벌어졌지만 한국 채권을 사들이는 외국인의 기세는 여전히 거세다.

 금융감독원이 17일 발표한 ‘2018년 8월 외국인 증권투자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의 상장채권 보유잔고는 114조3000억원(전체 상장채권의 6.6%)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중 국채가 전체의 79.7%(91조1000억원), 통안채가 19.4%(22조2000억원)를 차지했다.

 채권 시장에서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는 지난 1월부터 이어지고 있다. 올들어 지난달까지 외국인의 순투자액(순매수-만기상환)은 15조8510억원에 달했다. 지난달에만 2조3910억원의 순투자를 기록했다.

 최근 시장 금리의 흐름을 보면 한국 국채를 쓸어담는 외국인의 행보는 다소 의아하게 여겨진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올들어 두 차례 정책금리를 인상하면서 한국과 미국의 정책금리는 0.5% 포인트로 벌어졌다. 10년 11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확대됐다.

 25~26일(현지시간)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Fed가 정책금리를 올리면 양국 금리 격차는 0.75% 포인트로 더 벌어진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시장 금리의 역전 폭은 이미 사상 최대 수준까지 확대됐다. 14일 한국 10년물 국채금리는 2.309%를 기록했다. 이날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3%를 돌파한 뒤 2.999%에 거래를 마쳤다.

 두 나라의 시장 금리 격차는 2000년 이후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다.

 뿐만 아니다. 심지어 미국 6개월물(2.33%)과 1년물(2.55%) 국채금리가 한국 10년물 국채 금리를 앞질렀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 역전 폭이 확대되면 고개를 드는 것이 자본 유출 우려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과 반대로 돈은 금리가 낮은 곳에서 높은 것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어지는 달러 강세는 자본 유출을 부추길 수 있다.

 그럼에도 자본이 빠져나가는 조짐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시장 관계자는 “세계금융위기의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펼쳤던 양적완화(QE) 이후 막대한 유동성이 금융 시장에 흘러 넘치는 탓에 미국의 금리 인상과 시장금리 상승에도 자금이 U턴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듯 하다”고 말했다.

 양적완화에 나선 Fed와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BOJ)의 장부상 총자산은 2009년 약 6조5000억 달러에서 지난해 14조 달러까지 불어났다.

 양적완화로만 풀린 자금이 7조5000억 달러에 이른다는 추산이 가능하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렇게 풀려 시중에 흘러넘친 자금 탓에 전 세계의 부채는 사상 최대치까지 늘어났다.

 국제금융협회(IIF)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부채는 올해 1분기 247조 달러(약 27경 6000조원)였다. 10년 전보다 70조 달러 넘게 늘었다.

 신흥국을 비롯한 전 세계로 흘러 들어간 돈이 어마어마하다보니 일제히 미국으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저금리 기조의 고착화도 한국 채권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이유로 분석된다.

 경기 호황을 이어가는 미국을 제외하고 일본과 독일, 영국 등 주요국의 국채 금리는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14일(현지시간) 기준 일본의 10년물 국채금리는 0.11%다. 2년물(-0.12%)과 5년물(-0.07%) 금리는 마이너스다.

 독일도 사정은 비슷하다. 독일의 10년물 국채금리는 0.45%를 기록했다. 일본처럼 2년물(-0.55%)과 5년물(-0.13%) 국채 금리는 마이너스에 머물고 있다.

 일본과 독일보다는 나은 영국의 국채 금리도 높지 않다. 국채 10년물 금리는 1.53%을 기록했고, 5년물(1.12%)과 2년물(0.80%)도 1%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을 제외한 주요 선진국의 금리가 낮은 상황에서 외환보유액이나 경상수지 흑자 규모 등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을 감안하면 국채에투자하기에는 한국의 상황이 오히려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공 연구원은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미국의 국채 금리도 예전과 비교하면 박스권에 머물고 있어 저금리 기조가 고착화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도 최근 보고서에서 “역사적으로 볼 때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 3%대는 낮은 것으로 여겨지지만 성장과 물가 수준을 감안하면 현재 금리는 낮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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