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균기자의약선] 천연 아스피린 체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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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태양을 닮은 과일, 체리. 버찌라고 하는 예쁜 우리 말이 있다. '여인의 붉은 입술'에 자주 비유되는 앵두(앵도)는 중국이 원산지인 동양판 체리다. 체리와 속(屬)이 같고 종(種)이 다른 사촌이다.

체리는 맛이 단 것과 신 것이 있다. 단 것은 생으로 먹고, 신 것은 파이 재료로 사용한다. 신 것을 파이 체리라고 부르는 것은 이래서다. 영양.건강 면에서 본다면 신 것이 낫다. 항산화 비타민인 비타민C.베타 카로틴이 더 많이 들어 있지만 열량은 오히려 낮다.

체리는 흔히 통풍 등 관절염 환자에게 추천한다. 체리의 붉은 색소(안토시아닌)가 염증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미국 미시간대 연구진의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안토시아닌은 아스피린보다 10배 높은 소염효과를 나타낸다. 이 연구팀은 또 관절염 환자가 체리주스를 즐기면 염증과 통증이 완화된다고 밝혔다.

미국.유럽의 민간에선 체리나 체리 주스가 통풍으로 인한 통증과 부종을 줄여준다고 믿는다. 체리에 든 성분(안토시아닌과 시아니딘)이 혈중 요산의 농도를 낮춰준다는 것. 그래서 통풍 환자에게 체리를 매일 12개 이상 먹거나 체리 주스를 한 숟갈씩 하루 3회 마시거나 체리차를 만들어 먹으라고 권한다(전주대 대체의학대학원 오홍근 교수).

체리.체리차.체리주스는 감기.기침.천식 등 기관지 관련 질환, 또 심장병.뇌졸중 등 혈관질환 예방에 유익하다고 한다. 안토시아닌은 혈관 건강에 해로운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준다. 체리에 든 섬유소인 펙틴도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는 데 일조한다(원광대 식품영양학과 이영은 교수).

암 예방 식품으로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미국인은 스테이크를 먹을 때 체리를 흔히 곁들인다. 햄버거에 썬 체리를 넣어 먹기도 한다. 붉은색이 식욕을 자극하는 것이 첫째 이유고, 붉은 색소(안토시아닌)가 암을 예방한다고 여겨서다. 특히 고기를 구울 때 탄 부위에 생기는 발암성 물질(HAA.PAH 등)의 생성을 줄여준다는 것이 둘째 이유다.

전 세계적으로 체리는 1000여 종이 넘는다. 이중 가장 유명한 것은 빙(Bing)이다. 단 체리의 일종이며, 미국 캘리포니아.오리건주 등에서 많이 나온다. 100년 전 이곳에서 일했던 중국 노동자의 이름에서 연유했다고 한다. 빙 다음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램버트다. 역시 맛이 달다. 신 것의 대표론 모렐로가 있다.

체리는 열량이 100g당 60㎉로 다른 과일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의 간식용으로도 적당하다. 단점은 수확기간이 너무 짧다(5~7월)는 것이다. 보존성도 과일 중에서 가장 떨어진다. 이것이 통조림.설탕 절임.잼을 하는 이유다. 잘 익은 것은 그 자리에서 다 먹고 남은 것은 냉장고에 보관한다. 물로 미리 씻어 놓으면 맛과 신선도가 떨어진다. 비타민C의 함량은 생각보다 적다(100g당 8㎎, 국내산의 경우).

체리주스 만들기

물 세 컵을 주전자에 붓고 여기에 위스키 반 컵·흑당밀 반 컵을 넣은 뒤 끓인다. 이어 말린 체리 400g을 넣고 잘 저은 뒤 다시 열을 가한다. 물의 양이 적당히 줄면 잘 걸러 병에 넣은 뒤 시원하고 건조한 곳에 보관한다. 체리차 제조법도 흑당밀과 위스키를 빼면 이와 비슷하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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