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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신도시|출·퇴근땐 "콩나물 지하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폭발하는 뉴타운-.도시기능 마비상태의 중병을 앓고있는 상·중계지구의 분야별 문제점을 현장 심층취재, 시리즈로 엮는다.
상·중계지구 주민들에겐 아침저녁 출·퇴근길이 악몽이다.
지하철은 비명 속 아비규환의 「지옥철」이고 도로는 걷는 것이 빠를 정도로 움직이지 않는다.
◇지하철=22일 오전7시40분 4호선 종점인 상계역 플랫폼.
몰려서있던 1천여명의 시민들이 전동차가 들어오자 앞다투어 승차, 만원을 이룬 채 출발한다.
노원·상계역을 지나면서 지하철은 바람조차 통할 수 없을 정도로 터져나갔고 다음 정거장인 미아역에서 기다리고 있는 5백여명의 승객들은 아예 차를 탈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다음 차를 이용하라』는 안내방송을 해 대지만 그래도 차를 놓칠세라 이리 뛰고 저리 뛴다.
다음전동차사정이 더 나을리 없고 양보하다가는 지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곳 주민들은 체험으로 알고있다.
나무판자로 승객을 밀어 넣어 주는 일본 신간선 지하철의 「푸쉬맨」처럼 4호선 지하철에도 역무원들이 손으로 승객을 떠밀어 태우는 장면이 연출된다.
60∼70년대 콩나물시루 버스 운전사들의 노련한 솜씨처럼 전동차기관사들도 정차·발차 때마다 적당히 브레이크를 밟아 승객들을 「골고루」 뒤섞는다. 그때마다 여자들의 비명소리가 터져 나온다.
길음·성신여대 앞·혜화역 등을 지날 때까지 내리는 승객은 없고 계속 올라타기만 해 전동차안은 거의 질식상태.
한성대입구역에서 내리려던 한 여자 회사원은 승객사이를 뚫고 나오지 못해 한 정거장을 더갈 수밖에 없었다.
승객들이 대부분 내리는 곳은 동대문·동대문운동장역 등 환승역. 지하철2호선을 갈아타고 을지로입구까지 걸린 시간은 45분.
그래도 택시보다 빠르다는게 위안이라면 위안일수 있다.
상계역∼동대문∼명동∼서울역으로 이어지는 지하철4호선은 서울시내 지하철 중 가장 혼잡한 구간.
지하철공사조사에 따르면 출근시간전동차 1량당 1백56명의 정원에 5백명 이상이 타는 바람에 생리적으로 비명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눈치 빠른 주민들은 지하철4호선 대신 가까운 성북·월계 역까지 택시를 타고 가 지하철 1호선을 이용, 시내로 들어간다.
그래서 러시아워 때는4명씩 합승시켜 성북·월계역 사이만을 오가며 영업을 하는 택시도 등장,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도로=도심연결도로는 도봉로를 거쳐 미아로와 종암로로 빠지는 길과 동일로 든 3곳뿐. 때문에 아침저녁 출·퇴근길에 아파트단지를 드나들기란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 보다 힘들 정도」라는게 주민들의 불평
22일 오전7시50분쯤 노원역에서 택시를 탄 이순철씨(30·회사원)는 덕수궁 앞까지16㎞여 거리를 1시간5분만에 도착, 3천4백원의 요금을 내야했다.
학생들의 방학으로 그나마 평소보다 교통량이 줄어 동일로까지는 무난히 빠져 나왔으나 장안교를 지나 천호대로와 마주치는 용답동 부근에서부터 밀리기 시작, 1㎞도 안 되는 청계고가에 들어서기까지 15분을 소모했다.
같은 시간 도봉로를 이용한 홍영표씨(27·회사원)는 미아3거리∼길음 시장∼창경원 앞을 거쳐 광화문까지 50분만에 도착.
미아3거리부근 새한병원 앞부터 밀린 차량이 미아3거리와 길음 로터리에서는 신호를 4번씩이나 기다려서야 지날 수 있었고 미아3거리와 혜화동로터리는 병목현상까지 겹쳐 시속 10㎞이하의 굼벵이걸음.
택시운전기사 박찬혁씨(35·공릉2동)는 『상·중계단지가 들어선 뒤 시내까지 운행시간이 2∼3배 이상 길어졌다』며『오전7시30분부터 오전9시까지 상계동쪽으로 가는 날은 재수 없는 날이다』고 말했다.
버스도 마찬가지. 러시아워 때 상계동에서 출발한(333)번 버스가 시청앞까지 도착하는데는 1시간 20분∼1시간 50분이 소요된다.
이 때문에 버스로 시내까지 오는 승객은 거의 없는 실정.
◇대책=서울시는 빠르면 내년5월부터 전동차42량을 지하철 4호선에 투입, 러시아워 배차간격4분30초를 2분 간격으로 앞당길 계획.
그러나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승객을 감당하기에는 어림도 없다.
도로는 상계동에서 중랑천 변을 따라 용비교까지 이어지는 동부간선도로 6차선이 90년 말까지 건설 될 계획이지만 중계2지구·창동·월계지구 74만평이 추가로 개발될 예정이어서 교통난 해소는 요원한 실정. <특별취재반-김두우 이철호 오영환 유상철 채규진 홍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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