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文정부 2년차 징크스 앓고있다" 내부악재에 술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문재인 정부가 소포모어(2년차) 징크스를 호되게 앓고 있다.”

‘호재 뒤 악재’를 반복해서 겪는 문재인 정부의 최근 상황을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소포모어 징크스(sophomore jinx)’로 진단했다. 2년차 선수가 전해에 비해 경기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경우를 가리키는 말인데, 2년차 징크스로도 불린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발달장애인 평생케어 종합대책 발표 및 초청 간담회'에서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발달장애인 평생케어 종합대책 발표 및 초청 간담회'에서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그의 말대로 문재인 정부는 2년차인 올해 들어 중요 국면마다 잇단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통계청이 12일 발표한 고용 성적표는 ‘일자리 정부’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무색하게 했다. 지난달 ‘고용 쇼크’ 논란 속에 통계청장까지 교체한 청와대는 더 나쁜 통계지표에 맞닥뜨렸다. 청년과 40대 실업률은 외환위기 후 최악을 기록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공개적으론 “고용의 질은 향상됐다”(이재정 대변인) “정책효과를 보려면 더 있어야 한다”(이해찬 대표)는 논평을 했지만, 내부 분위기는 좋지 않다. 당 주변에선 “평양 정상회담이라는 호재를 앞두고 찬물을 끼얹었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의 최근 상황은 ‘일 좀 하려고 하면 악재가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진원지가 여권 내부인 경우가 많다.

‘민심의 화약고’인 부동산 대책의 경우, 정부 발표 전에 민주당 의원이 수도권 택지개발 계획을 최근 공개하는 ‘사고’를 치면서 정부·여당이 발칵 뒤집혔다. 당 지도부는 “사적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고 해명하면서도 자료 유출의 책임을 물어 당사자인 신창현 의원을 국토교통위에서 배제했다. 이해찬 대표가 ‘토지 공개념’ 등 자신의 부동산 패러다임을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시점이어서 당내에서도 뼈아픈 실책으로 평가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신 의원을 기밀 유출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국정조사도 추진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이 지난달 28일 '항공기상서비스 공청회 : 항행 안전을 위한 항공기상서비스 발전 방향'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이 지난달 28일 '항공기상서비스 공청회 : 항행 안전을 위한 항공기상서비스 발전 방향'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평양 정상회담 추진 과정에서도 여야 간에 마찰음이 나고 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10일 공개 브리핑을 통해 국회의장단과 여야 대표 등을 평양 회담에 초청하는 과정에서였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에선 이미 안 가겠다고 밝혔는데도 청와대가 밀어붙였다며 “졸 취급하냐”(김성태), “언짢다”(손학규)고 반발했다. 결국 여당 대표 등 일부만이 평양에 가기로 정리되면서 여야 간 골만 더 깊어지는 모양새가 됐다.

악재에 술렁대는 민주당, “내부가 더 말썽”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홍보하는 과정에서도 구설이 많다. 대표적인 인물이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다.

그는 지난 3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지난해 16.4% (최저임금이) 오른 것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높았다”며 “솔직히 저도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최저임금을 역대 가장 큰 폭으로 올려놓고 자기와 상관없는 일처럼 얘기하는 게 말이 되느냐”(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는 지적과 ‘유체이탈’ 화법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1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다 인사하고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1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다 인사하고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이어 5일에는 한 라디오에 나와 최근 서울 부동산 급등과 관련해 “모든 국민이 강남에 가서 살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살아야 할 이유도 없고 거기에 삶의 터전이 있지도 않다”며 “저도 거기에 살고 있기 때문에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고 말해 논란이 일으켰다. 장 실장은 강남 3구로 불리는 송파구 소재 한 아파트에서 거주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에선 “장 실장 발언은 ‘모든 사람이 부자일 필요 없다. 내가 부자라 하는 말씀’과 같은 뜻‘”이라면서 “장 실장은 문통 지지율 깎아먹는 일등공신”(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이라고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청와대 참모들이 여러 정책을 추진하면서 피로에 쌓여 있는 것 같다. 업무 프로세스 전반을 한 번 점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진짜 운동선수처럼 정부도 2년차 징크스가 있는 건지, 자꾸 내부에서 말썽이 생긴다”고 토로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