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미 창구 안 거치고 중국을 본다|본사-신화사 제휴로 "더 가까워질 대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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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중국문제전문가로서 79년 6월부터 2년 반 동안 미 뉴욕타임스 초대 북경 특파원을 지낸 「폭스·버터필든」의 『차이나』라는 책에 다음과 같은 귀절이 있다.
중국당국자들이 중국을 방문한 외국귀빈들을 위해 멋진 송별음식을 대접하면서 끝맺음 말로 『여러분들을 소홀히 대접한 것을 너그럽게 용서해 주십시오. 여러분들이 이곳에 머무른 이 말은 상투적 인사치레에 불과하지만 서구인들은 중국을 다시 방문하라는 초청으로 예외 없이 받아들인다. 『중공』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자라에도 번역 소개된 이 책의 한 구절은 다소 극단적인 예이기는 하지만 중국인과 미국인, 동·서양인 간 사고방식의 차이를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다.
기실 우리는 49년 대륙중국 중화인민공화국 대부분 미 일 등 서방세계의 창을 통해 중국 (중공)을 보아왔다.
중국이 밖을 향해 문을 닫아왔던 탓도 있었으나 남북으로 분단된 우리 현실과 냉전시대의 논리가 결정적인 족쇄를 채웠다.
한국의 대 중국관은 「죽의 장막」이라는 기본적인 한계 속에서 인식돼온 점을 부인할 수 없다.
79년 중국이 대외문호를 조심스럽게 열고 이를 조금씩 확대한지 10년이 지났고 우리정부가 북방정책을 강조한 것도 1년쯤 되고있으나 우리의 대 중국 연구나 이해도가 제대로 정착되기에는 아직도 적잖은 세월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유력 단체의 초청으로 작년에 이어 금년가을에도 한국을 방문했던 중국의 중요한 브레인(두뇌) 집단에 근무하는 한 조선족 동포와 최근 홍콩에서 만나 강시간 한중관계에 대한의견을 교환하다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이 한국계 중국인은 서울에서 개최하는 중국관계 세미나에 참석해 한국에서 이름이 나있던 중국문제전문가들과 함께 주제발표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중국문제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발표내용은 중국의 50년대 상황과 시각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이래가지고는 어떻게 양국관계의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겠는가고 혹평했다.
그는 또 한국의 초청단체가 마련해 준 『호텔의 자기 방에 중국내 유력인사나 사업연결을 부탁하려는 대기업 회장·사장들이 줄을 이어 쉴 틈이 없었다』는 말도 털어놓았다.
이를테면 한국 내 중국전문가(?)라는 사람들조차 오늘의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있는 실정에서 한국기업인들은 중국의 줄을 찾기에 치열한 경쟁을 하더라는 것이다.
홍콩에서 중국을 관광하거나 중국과 비즈니스를 하는 적지 않은 한국인들이 국내 매스컴에 발표되는 중국관계 기사나 전문가들의 글과 자신들이 스스로 부딪치고 있는 현실과는 제법 거리가 있다는 주장도 서로의 보완을 요하는 부분이다.
우리 스스로의 객관적 시각을 정립키위해서는 구 미 일 등 제3자의 보도를 통한 시각도 중요하지만 아울러 중공당이나 중국당국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는 있다.
본지가 유일한 중국국영 신화사통신과 사진 등 자료교환 및 중문원고 전부를 직접 수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합의서를 신화사 대외창구인 신 중국신문 유한공사와 정식서 명, 교환한 것은 그런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신화사는 군을 포함한 중국전역에 지사를 두고 있으며 해외에도 4개, 지구본부에 99개의 지사를 설치하고 있는 세계적 통신사다. 해외에서 취재보도를 담당하는 3백50명의 기자를 포함해 총 직원은 7천명에 이른다.
본지는 신화사통신과의 사진자료교환이나 기사 전재를 통해 그들의 입장과 주장에도 귀를 기울이며 객관적 분석을 해나갈 것이다. 아울러 신화사통신이 유일한 국영으로서 중국당국의 입이요, 대변자라는 틀을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도 늘 염두에 둘 것이다.
중국당국의 1차 자료공급은 우리의 시각으로 본 중국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홍콩=박병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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