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의 없이 환자 정보 공개"···서울시·질본 또 메르스 충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박원순 서울시장이 9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관련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뉴스1]

박원순 서울시장이 9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관련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뉴스1]

3년 만에 국내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가운데 3년 전 메르스 확산 사태 당시 나타났던 보건 당국과 서울시와의 갈등 양상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9일 오후 서울시가 페이스북 라이브로 진행된 메르스 관련 대응회의에서 확진환자 A(61)씨의 상세한 행적을 질병관리본부와 협의 없이 공개했기 때문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서울시 소속의 한 역학조사관은 “(A씨가) 의료기관을 2번 갔다”라며 “8월 28일부터 아파서 현장에 나가지 않았고, 9월 4일 입국할 계획이었는데 몸이 아파서 연기하고 이날 쿠웨이트 망가프에 있는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고 수액을 맞았다고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당초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가 지난 8일 공개한 A씨의 행적에선 지난달 28일 1번 쿠웨이트 현지 의료기관을 방문했다고 돼 있다.

또한 “(A씨가) 입국해서 아내에게 공항으로 마중 나올 때 마스크를 끼고 오라고 말했고, 아내가 자가용을 이용해 공항으로 왔음에도 (삼성서울)병원으로 이동할 때는 리무진 택시를 따로 타고 갔다”라고 말했다. 이 사안들은 질본의 발표내용에선 없었던 내용이다.

이에 대해 보건 당국은 당황하고 있다. 질본 관계자는 “서울시가 협의를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공개했다”며 혼선이 생길 것을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해당 서울시 역학조사관과 질본 관계자는 함께 A씨를 조사했다”며“10일 중 A씨의 구체적 행적을 가감 없이 공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오른쪽)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2015년 6월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공용브리핑룸에서 열린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메르스 대응을 위한 협의체 구성을 합의한 뒤 나오고 있다. [중앙포토]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오른쪽)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2015년 6월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공용브리핑룸에서 열린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메르스 대응을 위한 협의체 구성을 합의한 뒤 나오고 있다. [중앙포토]

보건복지부와 서울시는 지난 2015년 6월 메르스 사태가 벌어졌을 때도 충돌했다. 2015년 6월 4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삼성서울병원의 35번째 환자가 격리되기 전 1500여명을 만났다”고 밝혔다. 서울시가 병원명과 환자의 동선, 접촉자 수를 공개하자 당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박 시장의 회견 다음날 “정부의 조치가 잘못된 것처럼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입장을 발표해 국민들의 불필요한 오해와 우려를 불러일으킨 것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다”며 “특정모임 참석자 전원을 감염 위험자로 공개적으로 발표하기 전에 개인 보호를 위해 보다 신중한 위험도 판단이 필요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