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이쑥] 아·이·비·리·그 갈수록 좁은 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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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특목고.자립형 사립고 내 유학반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1997년 국내 최초로 국제반을 연 대원외고는 민족사관고와 함께 올해로 일곱 번째 합격자를 배출했다. 한국외대부속외고.안양외고.명지외고.해운대고 등의 학교들도 속속 국제유학반을 신설하고 있다.

12일 본지가 유학반이 개설된 총 6개 학교를 대상으로 미국 랭킹 15위에 합격통보를 받은 학생수를 조사한 결과, 연간 최다 합격자를 배출하는 곳은 대원외고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민사고, 한영외고, 이화외고, 대일외고 순으로 합격자 수가 많았다(복수합격 포함). 대학순위는 미국 신문인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가 매년 발표하는 '미국 대학 종합평가'의 2006년도 결과에 따랐다.

그러나 아이비리그 합격률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유학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커짐에 따라 향후 5년간 아이비리그의 문턱은 점점 높아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대원외고의 경우 올해 고 1, 2학년 국제반 학생수가 각각 108명, 139명으로 처음으로 100명을 넘어섰고 민사고의 고3 국제반도 87명을 기록했다.

◆ 학교별로 강한 대학 있다=2000년 이후 유학반 전원이 명문대 합격기록을 세워온 대원외고 유학반 GLP(Global Leadership Program)는 코넬.유펜.컬럼비아 대학 진학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듀크 20명, 코넬.브라운대 16명, 유펜 15명, 컬럼비아대는 10명을 기록했다. 하버드대와 예일대에도 2003년 이후 매년 1~2명을 보내 모두 10명의 합격자를 냈다. 민사고는 프린스턴과 MIT, 칼텍에 강했다. 코넬(10명) 뒤를 이어 프린스턴(8명), 하버드(6명), MIT(6명)에서 고루 합격증을 받았다. 한영외고는 워싱턴 세인트루이스 대학의 합격자가 10명으로 가장 많았다. 존스홉킨스대(8명), 유펜(7명)가 뒤를 이었다.

◆ 아이비리그 합격률 낮아져=올해는 아이비리그의 합격률이 떨어지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랭크 15위권 대학 중 아이비리그는 8개 대학이다. 한영외고는 아이비리그 합격률이 2005년 80%에서 41%로 확 떨어졌다. 민사고도 2005년 55%에서 21%로 절반 이상 낮아졌다. 이처럼 합격률이 떨어지는 것은 미국 대학이 인종다양성 차원에서 쿼터제(할당제)를 실시하는 데 반해 국내 유학생들은 점점 늘어 자체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시아계 학생은 흑인이나 히스패닉 학생들보다 SAT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서도 입학에 불이익을 겪을 수 있다.

김명수 민사고 유학반 담당교사는 "지난해 하버드에 지원한 SATⅠ만점자(쓰기 점수를 제외한 1600점 만점) 10명 중 8명은 입학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영외고 김보영 교사도 "지원자가 많아진 데다 정해진 자리를 놓고 점점 우수한 학생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결과"라고 분석했다.

◆ 준비방식 바꿔야=내신 성적과 SAT 점수가 여전히 중요 요소이기는 하지만 비슷한 점수대의 학생이 몰릴 경우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봉사활동 등 성적 외 다른 요인들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올해 하버드, 프린스턴, 듀크 등 10개 대학에 동시합격한 김현호(19)군은 2003년 11월 민사고 내에서 서로 가르치는 '품앗이' 프로그램(MPT)을 만든 경험을 책자로 만들어 입학원서에 첨부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김군은 "New SAT(만점 2400점)에서 2200점대 중반이면 하버드 안정권이 아닌데도 도전정신을 꾸준하게 강조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했다. 민사고에는 내신은 물론 SAT Ⅱ에서 무려 7개 과목 만점을 받고서도 하버드에 합격하지 못한 학생도 있다. 올해 듀크를 포함해 카네기멜론 경영대학원 등 8개 학교를 복수합격한 같은학교의 배정원(18)양도 "눈에 띄게 좋은 점수는 아니었지만 명동성당 탈북자 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어와 검정고시를 2년 정도 가르친 봉사활동을 눈여겨보더라"고 했다.

앱투스미디어의 이창열 원장은 "쿼터제는 매년 미국의 정치.경제 등 외부적 요인에 의해서 크게 변동된다"며 "10~20%의 쿼터의 아시아 중에서도 한국 학생들이 상위층을 독점한다는 위기의식이 높아진 것도 부정적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학생들은 더 이상 상위 1% 성적을 얻으려고 노력하기보다 본인의 능력을 종합적으로 업그레이드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원진 기자

◆바로잡습니다◆

'올해 듀크를 포함해 카네기멜런 경영대 등 8개 학교를 복수합격'한 학생은 이화외고 박세진양이 아니라 같은 학교 배정원 학생이기에 바로잡습니다. 박양의 아버지는 박양이 올해 예일.프린스턴.스탠퍼드 등 총 13개 대학에 복수합격했다고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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