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구리·은 값 큰 폭으로 떨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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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던 금을 비롯한 구리, 은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일제히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주요 원자재 가격에 거품이 잔뜩 끼어 결국 터질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전 주말보다 26.80달러(3.8%) 급락한 온스당 685달러에 마감됐다. 장중 금 가격은 온스당 679달러까지 밀리기도 했다. 7월 인도분 은(銀) 가격도 90센트(6.3%) 떨어진 온스당 13.335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지난달 말 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고, 구리도 파운드당 3% 하락한 3.746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금 가격은 달러 약세에 따른 과도한 수요 증가 속에 폭등세를 보였지만, 오름 폭이 과도했다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매물이 크게 늘었다.

한편 모건스탠리의 스티븐 로치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급격한 글로벌 상품 가격 상승세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로치는 16일 국제 상품시장 전망에 대한 보고서에서 "현재 글로벌 상품 시장은 폭발을 기다리는 버블 상태"라며 "이는 중국의 성장과 에너지 비효율성이 지속될 것이라는 잘못된 가정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상품 가격은 전세계 산유량의 9%, 알루미늄의 20%, 철의 30%, 그리고 석탄의 35%를 소비한 중국과 같은 개발도상국의 수요 증가에 따른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 속에 상승행진을 펼쳐왔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의 높은 경제 성장에만 초점을 맞춰온 반면 에너지 사용의 효율성 제고 가능성 등은 간과돼 왔다고 덧붙였다.

로치는 "중국이 상품 소비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신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할 필요가 없으며, 다른 나라의 기술을 도입하면 된다"며 "따라서 중국의 산업재에 대한 '식욕'은 조만간 사그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최근 상품 가격 급등세는 투자자들이 중국의 성장에만 집중하고 과거 글로벌 성장과 상품 가격 트렌드 등을 무시하는 이른바 '심리적 부정(Psychological denial)'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즉 지난 2002년 시작된 글로벌 성장 속도는 연 평균 4.2%에 달해, 이전 4년간의 성장속도인 연 4.4%에 못미친다고 지적했다. 반면 현재 성장 사이클에는 인플레이션이 개입되지 않았음에도 상품 가격은 42%나 급등해, 상품 가격이 안정적이었던 80년대와 90년대와 대조를 이룬다고 덧붙였다.

로치는 "글로벌 경제 팽창 속도가 과거처럼 빠르지 않고 인플레이션 우려도 없는데 상품 가격은 역사적인 속도로 오르는 것이 버블이 아니면 무엇이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그러나 이런 버블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오래 지속될 수 있다"면서 버블이 꺼지는 시기에 대해서는 언급하길 꺼렸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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