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연락사무소 개소 진전 전망 … 대북제재 해제 안 돼 장애물 여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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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5일 북·미 비핵화 협상의 교착 상태를 뚫기 위해 승부수로 던진 특사단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나면서 한반도 정세에는 일단 긍정적이라는 기대감이 나왔다. 김 위원장이 이번에 특사 면담을 거부했다면 향후 남북관계는 물론 북·미 비핵화 대화에도 더욱 악영향을 미치는 게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남북관계 앞으로 어떻게 되나

김 위원장은 지난 7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평양을 찾았을 때 일정을 이유로 만나지 않았고 이후 북·미 관계는 싸늘해졌다. 특히 문 대통령의 친서를 김 위원장이 접수했다는 점은 현재 답보 상태인 남북관계에 다시 속도를 낼 수 있는 여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 당국자는 “현재 분야별로 남북 접촉 등이 진행되고는 있었지만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며 “최근에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협의가 공전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도 북한 최고지도자가 나서면 항상 급진전된 경험이 있다”며 “이번엔 한걸음 전진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김 위원장이 직접 나와 장시간 만났다는 건 현재 꼬여 있는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를 했다는 것”이라며 “일단 남북관계 큰 흐름에서 봉합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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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대북 전문가는 김 위원장이 특사단을 만났고 남북 정상회담 약속을 이행하자는 내용이 담겼을 문 대통령의 친서가 전달됐다는 점에서 특사단이 정상회담 날짜 등을 논의했을 것으로 봤다.

특사단은 또 남북관계와 북·미 관계의 걸림돌로 작용해 온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의문 해소에 나서면서 비핵화 로드맵과 관련한 입장을 제시했다. 그간 북한은 자신들은 선제적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미국이 상응 조치를 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토로해 왔다. 북·미 정상회담을 전후해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미국인 억류자 석방,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해체 등 성의를 보였다는 것이다. 특사단 임무 중 하나는 이 같은 북한을 달래는 것이었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중재자로 나선 문 대통령에게 실탄을 준다는 차원에서 비핵화 로드맵을 꺼냈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특사단 방북에도 불구하고 장애물은 여전하다. 대북제재가 풀리지 않는 한 남북관계 진전에도 한계가 있어서다. 4·27 판문점 선언을 비롯해 철도·도로 연결 등 남북이 추진하고 있는 대부분의 사업은 대북제재 해제를 염두에 둔 내용이 대부분이다. 판문점 선언의 핵심 중 하나인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 역시 미국 눈치를 봐야만 하는 상황이다.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북한은 남북관계 복원과 경협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입장”이라며 “대북제재가 해제되지 않는 한 사회·문화 분야의 교류를 넘어설 수 없어 북한이 언제든 대화 태도에서 후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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