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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총선 판짜기 본격 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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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신당에 힘을 실어준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의 17일 발언은 여러모로 파격적이다. 신당 문제에 관한 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 온 盧대통령이었다.

그가 거센 반발이 예상됨에도 민주당 구주류와 한나라당을 동시에 비판하고 나선 배경은 뭘까.

우선 선거판을 본격적으로 짜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선거구도의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盧대통령은 선거에 있어 구도 설정을 몹시 중시한다. 최근 청와대를 떠난 참모들에게도 "선거란 구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盧대통령은 내년 총선구도를 '낡은 정치(반개혁) 대 새정치(개혁)''지역주의 대 탈지역주의'로 상정하고 있음을 스스로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예상보다 더 나간 盧대통령의 발언은 앞으로 정치개혁에 직접 나서겠다는 암시일 수 있다"고 말했다.

호남지역 대책으로 'DJ와 동교동 가신그룹'의 분리대응 전략을 분명히 드러낸 것도 눈에 띈다.

신당파나 호남의 중도파 의원들이 우려하는 것은 '신당=노무현당, 민주당=DJ당'이라는 지역여론이다.

호남 선거가 盧대통령과 DJ의 대리전 구도로 전개될 경우 신당은 패배할 것이 뻔하다. 그래서 盧대통령은 햇볕정책 계승론을 통해 DJ에겐 접근하면서도, 동교동계에 대해선 "DJ를 제대로 못 모시고 그를 방패막이로 삼았던 사람들"이라고 공격한 듯하다.

발언 시점도 주목된다. 일각에선 신당파와 구주류 간의 '넘버 2'경쟁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있다.

현역의원 숫자에서 뒤진 쪽은 내년 총선에서 유권자들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기호 3번을 얻게 된다.

탈당 D-2일인 18일 현재 신당파와 구주류의 세력분포는 박빙이다. 그래서 신당개입 시비에도 불구하고 또 한번 정면승부를 걸었다는 분석이다.

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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