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에 '밀수꾼 잡는 암행어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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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3월 중순 홍콩을 출발, 인천공항에 도착한 C항공사의 영국인 승무원 M씨(27)가 세관에 적발됐다.

바지 안쪽에 별도로 주머니를 만들어 4㎏가량의 금괴를 넣어온 것이다. 시가 7000만원 상당이었다. 보통 승무원들은 출입국 수속 때 별도 창구를 이용한다. 세관 통과 시에도 특별한 검사가 없다. 그런데도 M씨의 밀수가 적발된 것은 옷차림 때문이었다. 당시 공항 실내가 춥지 않았는데도 M씨는 두터운 코트를 입고 있었다. 걸음걸이도 부자연스러웠다.

이런 점을 세심히 살펴 세관 직원들에게 알려 준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인천공항 세관의 그림자 순찰자인 '로버(Rover.배회자)'요원들이다. 로버 요원들은 세관 검색대에 M씨의 검색을 의뢰했다. 검색대 직원들은 금속탐지기 검사를 했고 결국 금괴 밀수가 들통났다.

로버요원은 제복을 입지 않는다. 일반 여행객과 구별이 안 되게 사복을 입고 여행객 틈에 끼어 사람들을 관찰한다. 여름에는 반바지에 샌들, 밀짚모자까지 쓰고 근무하기도 한다.

인천공항의 로버요원제도는 2001년 3월 말 인천공항 개항과 함께 도입됐다. 잦은 휴대품 검사가 여행객들에게 불편을 준다는 지적에 따라 사전 감시를 강화한다는 취지였다. 그들은 세관 지역 내에서 40명가량이 활동한다.

지난해 로버 요원 덕에 적발한 밀수는 120건에 달한다. 올해도 3월까지 33건을 적발했다. 인천공항세관 길병익 계장은 "홍콩 등 밀수 우려가 높은 특정 지역에서 오는 비행기가 몰릴 때나 요주의 여행객이 한꺼번에 입국할 때 가장 힘들다"며 "그래도 요주의 여행객을 놓친 적은 한번도 없다"고 말했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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