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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은 종부세 강화, 김현미는 임대사업 축소... 청와대는 누구 손 들어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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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등하는 집값을 잡기 위해 문재인 정부가 각종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엇갈리는 당·정·청 메시지로 시장의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정책을 놓고 당·정·청이 이견을 내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중앙포토]

부동산 정책을 놓고 당·정·청이 이견을 내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중앙포토]

혼선의 출발은 지난달 30일이었다. 이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취임 후 첫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종합부동산세 강화를 검토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노무현 정부의 '종부세 트라우마'로 가급적 종부세를 언급해오지 않던 청와대와 달리 이 대표가 먼저 '종부세 강화' 카드를 꺼낸 것이다.

이튿날(8월 31일)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나섰다. 김 장관은 “주택임대등록 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이 과하다. 혜택을 줄여야겠다”고 말했다. 임대사업 활성화라는 현 정부의 핵심 부동산 정책을 9개월 만에 뒤집은 셈이었다.

이 대표는 3일 부동산 문제를 재차 언급했다. 그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토부가) 세제 대책을 강구하겠다지만 더 중요한 것은 공급을 크게 확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동산 정책의 주무부처인 김 장관이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세금 인센티브를 줄이는 등 세제 강화에 나서자, 이 대표가 “공급이 먼저”라고 주문한 것이다. 이에 일각에선 “부동산 정책을 두고 당정의 주도권 다툼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대표는 이날 또 “정부에 3주택 이상 초고가 주택에 종부세 강화를 요청했다”며 종부세 강화를 거듭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특히 종부세 강화와 임대사업 축소 등은 청와대로서도 예상 밖 변수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청와대가 설계했던 부동산 정책의 핵심은 민간 임대사업자의 활성화 등 시장원리로 시장을 안정시키는 것과 과거 종부세 등 인위적인 극약처방을 반면교사로 삼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정의 주문과 정책이 다소 부담스럽다는 뜻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청와대 부동산팀을 김수현 사회수석과 국토부 출신의 윤성원 주택도시비서관으로 꾸렸다. 두 사람은 노무현 정부 때 팀을 이뤄 부동산 정책을 이끌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들의 임명과 관련해 여러 차례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반복해왔다.

실제로 김 수석은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 발표 직후 “다주택자는 집을 팔든지 임대사업 등록 중 하나를 택하라”며 민간을 통한 공급 확대 원칙을 천명했다. 세금으로 부동산을 잡으려 했던 과거와 다른 접근이었다. 이러한 원칙은 지난달 26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간담회에서도 구체화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9월부터 임대사업자를 공식화화는 시스템이 구축된다. 누구에게 임대하고 있는지 전산으로 파악하는 체계가 작동한다”고 전했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설계자로 통하는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왼쪽)이 김현미 국토부 장관(가운데), 장하성 청책실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설계자로 통하는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왼쪽)이 김현미 국토부 장관(가운데), 장하성 청책실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연합뉴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내부적으로는 소득주도성장보다 부동산 상황을 더욱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부동산 급등은 단순 분배지표보다 더 큰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부동산 상황에 대해 실시간으로 보고받으면서도 정책에 대한 언급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임대사업 축소와 종부세 강화 등 세금을 활용한 규제안에 대해선 세정당국인 기획재정부도 신중한 입장이다. 윤태식 기재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제도의 보완 문제는 제도의 목적과 효과, 부작용,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관계부처 간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한편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공급을 늘리는 것은 김 장관이 밝힌 수도권 30만호 확충계획을 그대로 강조한 것”이라면서도 “임대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 축소에 대해 실증적으로 검토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제는) 국토부와 기재부가 조율할 문제다. 엇박자라고 말하면 과하지만 부처 간 조율은 정부의 역량”이라며 이견의 주체를 당이 아닌 부처 간 문제로 돌렸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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