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단체도 "민주화몸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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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문화예술단체들이 최근 보수·진보세력으로 갈라서는 양분화현상을 빚고 있다.
이념적 노선차이와 5공청산바람을 배경으로 한 이같은 현상은 기존의 제도권 문화예술단체들을 부정하고 문화예술의 민주화·자율화를 내건 「예술단체」들이 잇달아 새로 창립되면서 뚜렷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진보적 노선을 추구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연합과 단체결성은 영화·연극·문학·미술 등 여러 장르에서 일고 있다.
이 단체들은 『예총 등 기존의 문화예술단체들이 통치세력에 적합하도록 조정·규제돼 왔다』고 규정하고 『국민대중의 삶에 기반을 둔 자유로운 민족예술을 창조함으로써 조국의 자주·민주··통일에 기여할 것』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이같은 진보적 문화예술인들의 대표적 단체는 가칭 「한국민족예술인 총연합」(민예총)-.
소설가 황석영, 영화감독 이장호, 화가 김용태, 연극인 오종우, 공연기획자 유인택씨 등 70∼80년대를 통해 민중민족예술운동을 전개해온 각 분야의 문화예술인 8백38명은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여성백인회관 강당에 모여 민예총 발기인대회를 가졌다.
민예총에는 민족문학작가회의·민족미술협의회·민중문화운동연합 등 기존의 「재야문화단체」들이 대부분 흡수, 통합됐다.
민예총은 발기취지문에서 『기존의 예술단체들이 관의 비호와 재원·관리를 받아오면서 국민의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예술을 차단시켜 왔다』고 비판하고 『어떠한 권력의 감독·규제도 거부하고 민주주의적 원칙에 따라 민족예술을 창조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민예총은 공연관계법의 개정, 문화예술진흥기금 지분확보 등을 주장하고 있어 기존의 예총과 마찰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영화 직배반대와 영화진흥법 제정을 주장해온 유현목 김수용 이장호 정지영씨 등 영화감독 60여명은 기존의 영화인협회 감독분과위원회에서 탈퇴, 지난달 30일 한국영화감독협 회 (회장 권영순)를 결성했다. 민족극 운동을 필쳐 온 연우무대 등 전국 28개 연극단체들도 지난 1일 전국 민족극운동협의회 (회장 채희완)를 창립했다.
이들은 『민주화와 분단극복을 위해 은폐·왜곡된 민중사실을 밝혀 형상화하는 연행행위 모두가 민족극』이라고 규정하고 『노동자·농어민·학생·직장인들의 주체적 표현 욕구와 적극적으로 연대 협동, 대중적 기반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가수·탤런트·코미디언 등 연예인들이 소속된 연예인 노동조합도 기존의 예능인노조·탤런트노조와는 별개의 새 노조를 설립하면서 사분오열, 정통성과 주도권다툼을 벌이고 있다.
문화예술계의 이같은 양분화현상은 최근 민주화바람을 타고 그동안 제도권 아래서 음성적·소극적 활동을 펴야만 했던 진보적 문화예술인들이 우리문화계의 새로운 주역을 자처하고 나서는데서 비롯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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